강동완 웰니스 병원장 "음악으로 환자 영혼 치유하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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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온 환자가 웃으면서 나가는 병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산 연제구의 웰니스 병원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기 위해 2007년 3월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병원 로비에서 '웰니스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이 음악회는 500회를 맞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10년간 거의 매주 음악회를 진행한 셈이다.

10년간 매주 음악회 개최
자체 연주단과 봉사자 참여
500회 맞아 특별 공연도

음악회를 기획한 강동완(59) 웰니스병원장은 "최고의 병원보다는, 환자의 육체는 의술로, 영혼은 음악으로 치유하는 병원이 되고 싶었다"며 "매주 음악회로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환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의사와 환자들의 행복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병원 로비에서의 음악회가 익숙지 않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 우여곡절도 많았다. 진료시간인 토요일 오전, 병원 1층 로비에서 열리다 보니 간호사가 환자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았고,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병실까지 다 들려 환자들이 시끄럽다고 하기도 했단다. 이후 피아노 밑에 스펀지를 달아 피아노 울리는 소리가 병실까지는 안 들리도록 했고, 환자, 보호자, 의사들도 이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더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극장 무대에서는 관객과 떨어진 자리에서 연주하는데, '웰니스 음악회'는 환자 바로 앞에서 눈을 마주치며 연주와 성악 등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연주자들에 큰 힘이 됐다. 강 원장은 "산만한 공간인 로비에서 음악인들이 분위기를 장악해가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연주자들은 환자와 대면하면서 담력을 키우게 됐고, 이젠 어느 곳에서도 자신 있게 연주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병원 음악회는 강 원장에게 의료에 대한 철학을 깨칠 수 있게 했다.

강 원장은 "자라나는 새싹과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음악을 공유하는 그런 인생의 단면을 주마등같이 보면서 음악회를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름다운 생의 한 장면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런 걸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웰니스 음악회'에는 병원의 자체 연주단인 '웰니스 트리오'와 객원 연주자가 참여한다. 처음에는 자원봉사로 지원한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강 원장은 "시향 소속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도 음악회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단발성 공연은 가능하지만, 같은 시간에 계속 참여하는 게 힘들어 자연스럽게 매주 음악회에 참여한 연주자 3명이 '웰니스 트리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합창단, 시니어합창단도 왔는데 음악인에게는 그만큼 설 무대가 중요하다"며 "고정적으로 하고 싶다는 사람은 언제든지 오면 된다"고 말했다.

음악회가 500회를 맞이하면서 2월 한 달은 공연기획사 '부산문화'와 함께 부산의 유명 음악가를 초청하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 원장은 "500회라고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부끄럽다"며 "내가 좋아서, 직원들과 교감하면서 하는 것이니 계속해서 조용히 음악회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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