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전월세 상한제'] 도입 추진 놓고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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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제, 과열 부동산 시장에 특효약? 독약?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전월세 상한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의 변수 속에 야당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재계약을 요구하는 권리)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월세 가격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와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수면 위로

14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법사위 20일 논의
박영선·김상희·윤영일 등
야당 의원 제출 법안만 9건

국토부 "신중해야" 반대 입장
부동산 전문가도 시각 엇갈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상희 의원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 등 야당 의원이 제출한 것만 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현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재계약시 전세금을 5%를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억 원에 전세를 살고 있는 A라는 임차인이 있으면 A는 최소한 4년은 살 수 있고 전세금 인상도 한번에 1000만 원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영일 의원의 발의안은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2회 허용해 최장 6년간 거주가 보장되도록 하고 재계약시 전세금은 5%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시도별로 공정임대료산정위원회를 둬 지역별로 적정한 임대표를 공표하도록 했다.

야당은 이달 국회 논의를 시작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월에 처리할 '생활비 절감 3법'의 하나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민주연합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의 하나로 전월세 상한제를 꼽기도 했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입장

하지만 이 제도는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이 다르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오는 20일 열리는 소위에서 반대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지금처럼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도입했을 때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런 것이 과연 중산층과 서민계층을 도와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에 너도 나도 전셋값을 올려 단기적으로 임대료가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세 등 임대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전세계약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에 전셋값이 그 해에 17.5% 폭등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보다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임대차 시장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는 "집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일상화돼 있으며 이는 일부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차 관계의 선진법제화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발의 이유를 밝혔다.

부산지역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체로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감안했을 때 도입 당위성이 있다. 다만 전세금 인상을 5%로 할 것이 아니라 10% 이내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계약을 하게 하는 등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성수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약간의 후유증이 겁나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주거불안 해소는 사회를 안정화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고 도입에 찬성했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 제도는 주택 임대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정부가 개인간의 사적 임대차계약에 대해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에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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