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말로만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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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낮추면 B/C(비용 대 편익 비율) 하락→ 사업비 부족→ 확장 난항

이달 초 김해공항을 통해 동남아로 떠나려던 김대성(50·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국제선 청사에 도착한 뒤 깜짝 놀랐다.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이 너무 많아 자리에 앉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 데다 그마저도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아기를 데리고 온 여자 승객도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김씨는 "국제공항이라는 데가 시장 바닥이나 다름없었다"며 "출장을 마치고 김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입국수속시간을 제외하고 짐 찾는 시간만 1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일줄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의 혼잡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도저히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제선 터미널이 붐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 확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은 미래의 김해공항 항공수요를 최소한으로 추정하려고 해 사업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50년 김해공항 승객 수요
KDI는 2800만~2900만 명
ADPi는 3800만 명 예상
잠재적 수요 포함 여부 차이

부산시, 사업비 확보 비상
기재부 "B/C 1넘도록 최선"

■수요추정 어떤 문제가 있나

KDI 측에서 김해공항의 장래 항공수요를 매우 적게 추정한다는 얘기는 지난해 11월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부산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KDI측이 향후 승객숫자 추정을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자칫하다 B/C(비용대 편익비율)가 1을 넘지 못하거나 겨우 넘기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했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확인한 결과, 대체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KDI 측은 각종 사업추정을 할 때 수요를 보수적으로 매긴다"며 "그러나 김해공항의 경우 향후 수요 증가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KDI 측에 수요를 늘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DI 측 관계자와 김해공항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부산시의 의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수요 추정이 별로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50년을 기준으로 김해공항의 국제선과 국내선 승객을 2500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최근에는 2800만~290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지난해 6월 영남지역 신공항 입지결과를 발표할 때 제시한 3800만 명에 크게 못미치는 숫자다. 100만~200만 명의 차이가 아니라 거의 1000만 명 가까운 격차가 난다.

이는 ADPi가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공항 수요 추정 방식인 '켄자'라는 모델을 아예 적용하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해공항이 대폭 확장됨에 따라 다른 공항에 갈 승객이 김해로 온다는 전환수요라든가, 인근에 큰 공항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여객 수요가 발생하는 유발수요를 ADPi는 일부 적용했다. 하지만 KDI 측은 이 같은 잠재적인 수요 중에서 전환수요만 일부 적용하고 유발수요는 아예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확보가 관건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부산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예타 조사는 승객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KDI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할 경우 사업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어 공항 확장에 많은 애로를 겪게 된다.

물론 기획재정부와 KDI 측도 이번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B/C 비율이 1을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이 향후 영남지역의 거점공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부산지역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13일 열린 국회 국토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헌승 의원의 질의에 "나중에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지난해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며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지난해 6월 공항 입지 발표 때 강 장관은 "김해신공항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교통망도 개선하겠다"며 "영남권 거점공항 역할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로는 영남권 거점공항이라는 큰 꿈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한 김해공항 확장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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