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도시철도, 환풍구와 '꽝'… 하마터면 대형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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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환풍구 철거 12일 오후 부산지하철 1호선 당리역 100m 앞 터널 선로에 환풍구 덕트가 떨어지면서 운행 중인 전동차가 파손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이 떨어진 환풍기를 둘러보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터널 내 환풍구가 갑자기 떨어져 달리는 열차와 충돌했다. 굉음과 함께 전동차 측면 유리창이 잇따라 깨지면서 유리 파편이 챠량 안 승객들에게 쏟아졌다. 비명과 공포로 전동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탈선이나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2일 오후 3시 22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을 출발해 당리역으로 향하던 1157호 열차(신평행)가 당리역 도착 100여m를 앞두고 터널 천장 오른쪽 벽면에 부착돼 있던 가로·세로 각 2.4m 크기의 환풍구 덕트가 기울어지면서 전동차와 부딪쳤다. 이 사고로 덕트가 떨어져 달리는 전동차와 터널외벽 사이에 끼이면서 모두 8량짜리인 전동차의 앞쪽 3개 차량의 오른쪽 유리창이 대부분 부서지고, 유리 파편이 차량 안으로 튕겨져 승객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환풍구 덕트 선로 쪽으로 기우뚱 
당리역行 터널 안 열차 측면 충격 
유리창 파손 승객 비명 '아수라장'
'탈선·화재로 이어졌으면… 아찔'

사고 당시 전동차에는 모두 15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기관사가 사고 즉시 전동차를 멈추고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열차 밖으로 나오게 했다. 승객들은 어두운 터널 내 선로를 걸어 당리역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정 모(75·여) 씨가 무릎과 손에 찰과상을 입었고, 남자 중학생 한 명이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호소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귀가했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100여 명 어둠 속 대피
사고 전동차에 있던 승객이 비상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고 있다.
부상을 입은 정 씨는 "평화롭던 열차 안이 유리창이 깨지면서 아비규환이 됐다"면서 "다행히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잘 빠져나왔지만 깜깜한 선로를 급히 지나가다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을 탄 또 다른 승객 박 모(33) 씨는 "갑자기 '꽝'하는 굉음과 함께 전동차가 흔들리고 유리가 깨지면서 혼비백산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터널 내 환풍구는 사각형 모양의 덕트가 씌워져 있는데 이 환풍구 덕트가 1m가량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시속 55㎞ 속도로 달려오는 열차와 부딪친 것으로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이번 사고가 이날 오전 1~4시에 이뤄졌던 환풍구 정기점검 및 교체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동차가 다니는 터널 내 공기 정화를 위해 환풍구를 설치해 놓는데, 도시철도 1호선 구간의 노후 환풍구 점검 및 교체작업이 최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작업자가 부실 교체작업을 하는 바람에 환풍구 덕트가 천장 우측 벽면에서 기울어졌다는 추측이다.

사고 전동차에 탔다가 긴급 대피한 승객 김 모(45) 씨는 "달리는 전동차에 환풍구가 떨어졌다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만에 하나 충돌로 탈선이나 화재가 발생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승객이 적어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평일 출퇴근 시간이었으면 유리 파편에 다치는 사람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전동차 이동… 1시간여 만에 운행 정상화
사고가 난 전동차가 당리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이날 사고로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에서 서대신동역까지만 정상 운행되고 사고 지역을 포함해 나머지 구간은 1시간 이상 도시철도 운행이 전면 중지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현장을 정리해 오후 4시 35분에 도시철도 1호선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부산교통공사와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경희·이승훈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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