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두 번째 '예술계 성폭력' 집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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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왼쪽)·조은지 예술가는 지역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해결을 위한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집담회 준비도 예술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것도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것, 예술가의 역할 아닐까요?"(송진희 미술작가)

오는 18일 열리는 두 번째 집담회 '문화예술계 성폭력-우리의 말하기는 끝나지 않았다'를 앞두고 송진희·조은지 미술작가를 만났다. 이들과 은주 미술작가 등은 지난해 말 첫 집담회(본보 2016년 12월 30일 자 30면 보도) 이후 10여 차례 회의를 거쳐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발언을 통해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고민해보는 두 번째 집담회를 마련했다.

문학·음악·미술 예술가 모여
18일 성폭력 사례 발표·토론

지난해 10월 SNS에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이 처음 제기된 후, 지금까지 지역에서 이를 꾸준히 공론화해 온 곳은 서울을 제외하고 부산이 유일하다. 첫 번째 집담회가 자유발언 등으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다면 두 번째 집담회는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실사례를 중심으로 한 젠더폭력, 남성중심적 문화, 여성혐오문화 등을 발표하고 참여자들이 질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집담회에선 #부산문화예술계_내_성폭력을 비롯해 여성예술인연대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예술문화연합'에서 마련한 정책제안서도 공유된다.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간담회에서 제시된 제안서는 성폭력 기구 발족, 실태조사, 피해자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용기를 내 말하다 보니 두려움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는 송 작가는 "법률적인 문제 등에 부딪히다 보니 처음엔 위축됐다. 하지만 계속 말하다 보니 오히려 당당해졌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는 성폭력 문제를 한층 끌어올려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본인의 경험을 떠올렸다는 조 작가는 "젊은 작가들이 이런 일 때문에 예술계를 떠나지 않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대학생들과 연계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지역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을 넘어서 전반적인 성차별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도시락 폭탄'(가칭)을 조직해 보다 체계적인 대응도 계획 중이다. 성폭력 기구 설립은 올해 가장 주안점을 두는 사업. 송 작가는 "지역 곳곳에서 활동 중인 예술단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며 "예술인들 역시 자발적으로 움직임에 동참해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집담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우리의 '말하기'는 끝나지 않았다'=18일 오후 2시 부산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 3층. 참여비 5000원. 문의·후원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packedbomb2016) 참조.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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