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태극기집회 목소리 내되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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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세력도 헌법재판소의 심리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2개월간 진행된 헌재의 탄핵심판은 오직 헌법과 법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지지 계층을 선동하고 있고, 헌재에 정치적 압력까지 행사하려 한다는 점이다.

며칠 새 탄핵 정국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말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찬반의사를 표시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나란히 예고돼 있다. 민심을 표현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를 정치권이 선동해서 헌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야당 쪽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나 3당이 며칠 전 "촛불을 더 높이 들어 반드시 탄핵을 관철해야 한다"거나 "3월 13일(이정미 재판관 퇴임일) 이전에 탄핵을 인용(認容)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선동이며 헌재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의사 표현은 좋으나 특정 결론·시일을 못 박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야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핵심적인 배경에는 바른정당의 논평처럼 국민을 우롱하는 대통령 측의 '탄핵 심판 시간 끌기 꼼수'가 있다. 그에 따라 헌재의 2월 선고가 무산되면서 탄핵 기각설과 연기설까지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야권이 민심을 의탁해 섣부르게 '탄핵 관철'을 기정 사실화하려 한다면 여당 쪽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성명을 통해 "죽기로써 싸워 탄핵무효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거칠게 주장하는 것과 형식논리상 다를 바 없다. 이런 선동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탄핵 심판의 후폭풍을 부를 것이 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헌법 정신을 수호할 수 있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그 선결 과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리에 따라, 소신과 양식에 따라 법적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촛불·태극기 집회도 의사 표현은 하되 결국 헌재 결정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헌법이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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