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신도시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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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오후 6시 20분께 모습. 이 시간 일부에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공급되지 않아 아파트 단지가 암흑천지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서 정전이 발생해 2만 세대가 넘게 사는 신도시 전체가 한나절 내내 '암흑천지'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무인변전소 내 변압기 폭발
2만여 가구·상가 전기 끊겨
9시간 만에 전력 공급 재개

9일 오전 10시 25분께 기장군 정관읍 달산리 부산정관에너지㈜ 사업소 무인변전소 내 154㎾ 고압 변압기 1대에서 폭발음과 함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정관산업단지를 제외한 정관읍 달산·모전·방곡리 일대 아파트 2만 2800여 가구와 상가 등지에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이후 한국전력 측의 긴급 복구작업 끝에 7시간여 만인 오후 5시 15분께부터 순차적으로 전기 공급이 재개돼 오후 7시 30분께 신도시 전체에 전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 정전으로 정관신도시는 하루 종일 대혼란에 빠졌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승강기 내에 사람이 갇히는 사고도 7건 접수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이날 시민 15명을 구조했다. 신호등까지 작동을 멈춰 교통 경찰관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제어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력, 기장군청 등에는 관련 문의 전화가 속출했다. 지역 식당가와 병원, 은행 등 상가 대부분이 '정전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걸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아파트 자체 비상 발전기마저 고장이 나면서 물과 가스 사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관신도시의 주민 한 모(32·여) 씨는 "조금만 더 일찍 정전이 발생했으면 아이들과 함께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 갇힐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주민 박 모(28·여) 씨는 "가스도 안 되고, 보일러도 켜지지 않아 온종일 덜덜 떨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사고 직후 경제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사고 수습과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이날 전남 여수 출장 직후인 오후 6시께 사고 현장을 찾았다. 국민안전처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기장군 정관신도시 정전 소식을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무인변전소 내 변압기가 폭발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정관신도시의 전기 공급은 한국전력과 별도로 운영되는 민간 전기공급업체인 부산정관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를 갖춘 부산정관에너지는 현재 정관산업단지를 제외한 정관신도시 공동주택 2만 2803세대에 난방열과 전기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변압기 폭발로 신도시 전체가 정전된 것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고다.

 민소영·김준용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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