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국립국어원의 권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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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국립국어원은 나라에서 세웠다. 권위를 부여해 준 것은 물론이요,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뒤에 있다고 권위가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다. 철저히 실력으로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스스로 잘못을 찾아내어 고치고 깁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터. 한데, 국립국어원은 과연 그러고 있을까. 국립국어원이 1999년에 출판한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야쿠츠크(Yakutsk): 러시아 연방 사하에 있는 항구 도시. 레나 강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18세기 이후 러시아의 시베리아 동북쪽 진출 기지였다.…사하의 수도이다.

한데, 개정판 격으로 2008년에 개통한 웹 표준사전(http://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의 뜻풀이는 이렇다.

*야쿠츠크(Yakutsk): 러시아 연방 사하에 있는 하항 도시. 레나 강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18세기 이후 러시아의 시베리아 동북쪽 진출 기지였다.…사하의 수도이다.

종이 표준사전에 나온 '항구 도시'가 웹 표준사전에는 '하항 도시'로 바뀐 것이다. '하항(河港)'은 '하천에 있는 항구'라는 뜻. 왜 이렇게 바꿨는지는 종이 표준사전의 '항구'와 '항구 도시'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항구(港口):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바닷가에 부두 따위를 설비한 곳. 보통 기능에 따라 상항·군항·어항·공업항, 위치에 따라 해항·연안항·호항, 법제상으로 개항·자유항·중계항 따위로 나눈다.

*항구 도시(港口都市): 항구가 있는 바닷가 도시.(부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 도시이다.)

이렇게, 바닷가에만 '항구'가 있고 바닷가 도시만 '항구 도시'여서, 강기슭에 자리 잡은 야쿠츠크 뜻풀이를 '하항 도시'로 바꿨던 것. 잘못을 저질렀지만 바로잡은 것이다. 한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항구 도시'는 그대로 둔 채, '항구'의 뜻풀이를 웹 표준사전에서 이렇게 바꿔 버린 것.

*항구(港口):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강가나 바닷가에 부두 따위를 설비한 곳. 보통 기능에 따라 상항·군항·어항·공업항….

해서, 항구 도시는 '바닷가'에만 있는데, 항구는 '강가나 바닷가'에 있게 되는, 영문 모를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항 도시나 강항 도시는 항구가 있는데도 항구 도시라 부를 수 없는,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 '표준'이라 이름 붙이려면 사전을 이렇게 다뤄서는 안 될 텐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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