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12. 동서대학교 GSI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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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억압에서 상상력의 공간으로 진화하다

동서대학교 GSI는 기존 학교 건축물의 관례화된 대칭 구조에서 벗어났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간에 서로가 소통하며 만들어 내는 교육 공간을 설계했다. 사진은 GSI 전경.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배움의 공간은 무한한 사변력이 곁가지를 쳐서 상상력이 쭉쭉 뻗어야 할 터전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넓게 생각하면 광활한 우주와 같은 공간적 특성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적인 학교 구조는 그렇지 않다. 공간 구조가 일직선 상의 형태로 중앙에 교장실과 교무실, 가장자리에는 학생들 출입구가 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은 중앙으로의 시선을 강요하는 딱딱한 칠판을 바라다 본다. 키 순과 시력 순으로 배열된 공간 구조는 또 다른 '차이'를 양산한다. 높은 강단에서 교육자는 획일적인 책상에 앉은 학생들을 쉽게 감시할 수 있는 구조다. 당연히 교육자는 지식의 권력자이며 학생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다. 또 다른 지배적인 질서를 확대재생산시키는 공간인 것이다.

동서대학교 GSI 건축물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인 교육시설 구조와는 다른 건축물이다. 예전의 대학 시설이라 함은 커리큐럼을 수행하기 위한 획일적인 연구실, 강의실, 복도로 구성돼 일방향적인 전달의 교육시스템을 수행하기 위한 기능이었다. 동서대 GSI를 설계한 다움건축사사무소 김명건 대표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학교의 억압적인 공간 구조에서 자유로워져 여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증폭되기를 기대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전통적 교육시설 구조와 차별화
저층 클래식, 고층 현대성 살려
교실 형태·좌석 배치도 다양화
교수-학생 '지배적 질서' 거부

학생들 의견 수용 유연성 강조
경사지 활용 자연스러운 배치


경사면에 접한 저층부는 무거운 매스감으로 클래식하며, 고층부는 가볍고 자유로운 형태로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저층부는 석재, 고층부는 유리커튼월이라는 서로 다른 물성을 배치해 경쾌함과 중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지하1층, 지상 7층의 규모로서 다양한 층고와 공간배치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그룹학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교실 형태 또한 벽으로 막힌 개별실에서 2~4개 이상의 파티션벽(partition wall)을 이용할수 있게 유연하게 대처했다. 학생들이 교수가 있는 강단을 향해 앉는 일방적 형태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형태의 좌석 배치을 실시했다.

부산 대부분의 학교 캠퍼스들이 부산의 지형 여건상 산지에 위치하고 있다. 동서대 역시 경사도가 심하고 북쪽을 향하고 있어, 이에 대한 건축적 대응이 무척 중요했다. GSI는 열악한 경사지라는 조건을 잘 활용해 건축물을 대지에 자연스럽게 앉히면서도 다이내믹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동서대 내부
김 대표는 "도서관이 책이라는 인쇄매체의 집합소가 아닌 IT정보의 장으로 바뀌고, 동사무소가 단순히 행정기관에서 다양한 주민 활동을 담아내듯, 건축 기능은 계속 진화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서 다양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길러낼 수 있는 공간적 장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그는 또 "미국의 한 교육학자가 2.4m 정도의 천장은 세심한 사고, 3m 천장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한 공간적인 느낌을 준다고 했다"며 "학교 건축이 다양하게 갈래를 쳐 학생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교육자와 학생, 서로가 창조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조했다"고 강조한다.

수업시간 외에도 비형식 학습 (informal learning)을 위해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연구공간, 세미나룸, 복도, 로비, 라운지 같은 공간도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 수직적으로 응집되는 위계적 강의실 공간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확산되는 원탁의 책상은 교육자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님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진화했다.

동서대 GSI 옆에 있는 4405평의 동서대 종합운동장도 김대표가 설계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종합운동장은 좁은 공간에서 공간활용을 극대화시킨 수작이다. 
동서대 종합운동장 전경.
대개의 운동장은 평지 위에 조성되고 건축물은 이런 외부 공간을 둘러싸며 존재하는 게 일반적 방법이다. 하지만 땅 밑에 학생회관, 편의시설, 주차장 같은 다양한 시설을 배치해 대지 효용성을 올리며,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내었다. 복합시설들이 모인 옥상에 운동장을 조성해 좁고 경사진 대지 위의 캠퍼스가 갖고 있는 난제를 해결했다. 동서대 GSI는 불리한 산지 캠퍼스 컨텍스트를 오히려 입체적으로 잘 풀어낸 사례다. 또한 경사지가 많은 부산의 여건을 극복한 좋은 건축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박태성 문화전문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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