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우울증, 왜 여성에게 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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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감정기복이 더 심하다는 말들을 한다. 이는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현재 의료계에서 파악된 성별에 따른 정신질환의 차이점을 보면 남성은 약물 남용,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을 보이는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불안 장애, 우울증 등을 보이는 경향이 높다. 여성에게 흔한 정신질환은 어떤 게 있을까.

사회 활동·집안일·양육 3중고
발병 확률 남성에 비해 2배 높아
여성 호르몬 변화, 기분에 영향
20~50대 여성 공황장애 많아

휴식,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 유용
일상생활 지장 땐 전문의 상담을

■불안장애

불안이란 미래의 위협에 대한 예측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불안장애는 과도한 병적 불안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군이며, 전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사춘기 시절부터 50대에 이를 때까지 여성에게 불안 장애가 나타날 확률은 남성보다 2배 정도 높다.

남녀 평등이 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여 정서적인 불안이 생기기 쉽다. 예를 들어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직위 등의 사회적 보상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다.

불안 장애에 속하는 질환 중 공황 장애의 경우도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직장 업무, 결혼 생활, 아이 양육 등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20대 중반~50대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또 월경전 증후군 시기에 공황 증상 악화와 불안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출산 이후와 폐경기에 공황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봤을 때 여성호르몬 변화가 공황장애 증상 발생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우울증 발병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높다. 학령기(초등학생 시기)에는 남녀 비슷한 발생 빈도를 보이다가, 청소년기부터 성인기까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인다.

사회 활동, 집안일, 아이 양육 등에 대한 여성의 만성적인 중압감은 우울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 또 월경과 임신, 출산, 그리고 폐경이라는 시기에 여성호르몬의 변화는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산후 우울증의 경우, 출산 후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양육에 대한 부담감, 수면부족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리고 가사에 대한 부담감,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 생활, 배우자의 무관심이 더해지면 산후 우울증의 발병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사회적 편견도 여성 우울증 환자를 증가시키는 이유다. 남성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 용기있고 강단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여성은 자기주장이 강하면 기가 세다며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고 감추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배우자를 사별하고 인생 후반기를 혼자 외롭게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

■식이장애

식이장애(섭식장애)에 속하는 질환으로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대식증 등이 있으며 여성에게서 더 흔히 발병한다.

사회 환경적 요인으로는 날씬함을 추구하는 문화와 환경이 관련돼 있다. 여성의 경우 자기가 뚱뚱해 보이지 않을지 남성보다 더 걱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신체 겉모습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남성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 체중이나 체형과 같은 외적인 부분에 대해 여성에게 좀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적 시선과 문화적 편견이 문제인 것이다.

낮은 자존감과 부모에 대한 '양가 감정'(부모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와 독립하고자 욕구가 함께 존재)이 식이장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자기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폭식을 하기도 한다는 것.

■정신질환 극복 어떻게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태영 전문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정태영 전문의는 "여성호르몬 변화와 기분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여성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본인이 평소보다 예민하거나 기분 변화가 있을 때 여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휴식이나 취미활동 시간을 자주 가지고, 자신의 노력에 대해 스스로를 칭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회 활동과 집안 일을 무리하게 다 해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에게 벅찬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정 전문의는 "심리적 어려움으로 인해 일상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생긴 경우에는 조속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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