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PK 보수] 아 옛날이여~ '보수 텃밭' 부울경, 보수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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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오른쪽) 전 경기도지사 등이 4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부산·울산·경남(PK)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보수 정당들이 '지리멸렬' 상태다.

새누리당 탈당과 신당 창당 과정에서 극도의 분열상을 표출한 데 이어 대선 국면에서도 전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PK 정치권의 주도권도 이미 야당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보수 후보 지지율 18% 불과
임팩트 있는 후보 없는데다
PK 출신 후보 부재도 원인

지역 정치 주도권 야당으로
"文 지지율 50% 넘어설 것"

PK 보수 정치권의 양대 축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사실상 '불임(不姙) 정당'으로 추락하고 있다. 19대 대선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PK 출신 대선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PK 보수 정치권이 지역 출신 대선 후보도 내지 못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요즘처럼 PK 정치권이 무기력한 경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대선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 출신 PK 정치인들은 요즘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바짝 엎드려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믿고 새누리당 탈당을 결행한 바른정당 소속 PK 의원들은 그의 중도하차에 '멘붕(멘탈붕괴)' 수준이다.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수치는 PK 정치권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조차 "보수 성향의 PK 정서는 온데간데없다"고 말할 정도다.

리얼미터의 PK지역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1일)에서 황교안·유승민·남경필·홍준표 등을 합친 보수 후보의 지지율은 고작 18.0%인데 반해,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심상정·손학규 등 비(非)보수 후보의 전체 지지율은 69.7%나 된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에 턱없이 모자란다.

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나면 문재인 전 대표의 PK 지지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PK 정치권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새누리당은 5일 부산 탈당파 5개 지역(중영도, 해운대갑, 동래, 금정, 사상) 조직위원장 면접을 실시했지만 적임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1차 공모에 마땅한 인물이 없어 추가 공모까지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확실한 '대항마'를 물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유승민(왼쪽)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창업 관련 정책을 발표한 뒤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PK 바른정당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두 사람으로 경선을 실시해야 하지만 흥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대구 출신이지만 영남권 표심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고, 남 지사는 2% 안팎의 극히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중진이나 돌출행동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배제한 합리적인 중도 성향 인사들로 보수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강 건너 불 구경'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보수세력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내년 PK 지방선거도 참패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선거인 21대 총선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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