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환승로(도시철도 벡스코역 지하 통로) 휠체어 리프트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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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2호선 벡스코역에서 동해남부선 벡스코역 환승 통로 지점에 설치 된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전동스쿠터(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인 김홍섭(53) 씨. 그는 최근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벡스코역에서 지하 이동통로를 통해 곧장 동해선으로 갈아타려다가 결국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휠체어 리프트'. 도시철도 승강장에서 계단을 오르면 곧장 동해선 벡스코역으로 갈 수 있지만, 그의 휠체어로는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오를 수 없었다.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가 김 씨의 전동스쿠터보다 크기가 작아 자동으로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개통 한 달째를 맞이한 동해선의 한 역사 환승 통로에 신설된 '휠체어 리프트'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나 교통약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휠체어 리프트는 안전성과 편의성 문제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최근 문을 연 신설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아닌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경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전동휠체어 이용 불가
크기 안 맞거나 무게 못 견뎌
이용 승객들 결국 환승 포기

20년 전 계획 토대로 설계 탓
철도공단 "승강기 설치 어려움"


문제가 불거진 곳은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벡스코역(옛 시립미술관역)과 동해선 벡스코역 사이 지하 이동통로(246m) 입구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지난달 26일 본보 취재진이 각기 다른 크기의 4륜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2명과 휠체어 리프트 작동 실태를 점검해 보니, 비교적 폭이 좁은 소형 전동휠체어만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가능했다.

해당 휠체어 리프트는 최대 300㎏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대다수의 교통 약자들이 이용하는 전동스쿠터가 휠체어 리프트에 올라도 기계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역사에서는 올해 초에도 한 전동휠체어 이용 승객이 작동하지 않는 휠체어 리프트 앞에서 1시간 가까이 씨름하다가 결국 환승을 포기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전현숙 기획부장은 "일반인들은 1분이면 될 거리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경우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데다가, 추락의 위험도 많다"고 말했다. 해당 휠체어 리프트는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이 거리상 더 가깝지만, 담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코레일 측이 직원 호출과 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신설 역사에 때아닌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것은 애초 해당 환승 구간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세워진 계획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 측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한창이던 2002년 동해선과 부산 도시철도 벡스코역 사이 이동통로의 구조물(61m)을 완공했고, 지난해 말 동해선이 개통을 앞두고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이 나머지 이동통로 구간의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같은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진 골조에 맞춰 지금과 같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설치된 것"이라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깊이 20m가량 되는 도로를 파내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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