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심판 조속 결론' 헌재소장 퇴임사 존중해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어제 3년 9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박 소장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음에 따라 헌재는 '8인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중차대한 시기에 재판관이 공석이 된 데다 결원까지 생겼다. 여기다 3월 13일이면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그러면 7명의 재판관이 탄핵심판을 맡는 기형적 상황이 불가피하다.
박 소장이 퇴임사에서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주문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소장은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 모두발언에서 3월 13일을 탄핵심판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조속한 결론을 주문한 것이다.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사정의 절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소장의 주문에 다수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만일 탄핵심판 기한이 3월 13일을 넘기게 되면 매우 복잡한 상황이 초래되고 그만큼 정국 불안정 요소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재판관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되게 돼 탄핵심판의 과정과 절차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된다. 특히 한 명의 재판관이라도 불의의 사고로 공석이 되면 심리 자체가 열릴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헌법적 위기와 혼란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어느 편의 유불리를 떠나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대통령 측은 무더기 증인 신청, 대리인단 전원 사퇴 암시 등으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사 온 터다. 공개변론이 끝난 이후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출석하는 방법으로 심판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성과 엄격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헌재가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헌재, 국회 소추위원단, 대통령 대리인단 등 3자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