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해도 커피점… 경제 효과 "실속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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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조선기자재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박 모(42) 씨는 10여 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회사의 수익구조가 나빠진 것도 퇴사 이유이지만 창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당초 오랜 영업으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부산에 조선 관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박 씨는 조선 관련 업체를 창업하지 못했다. 조선업 경기는 예상보다 더 악화되었고 한진해운 사태까지 겹쳐 엄두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박 씨는 얼마 전 지인의 권유로 커피 전문점을 차렸다.

지난해 부산 지역 창업
제조업↓, 서비스업↑

불황에 소규모 창업 전환
'제 살 깎아먹기' 경쟁만

지난해 부산에선 '불황형 창업'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과 운수업 등의 창업 열기가 시들해지고 소규모 서비스나 유통업 창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경제 파급 효과가 큰 업종들의 창업이 부진했던 만큼, 부산 경제 활성화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방향으로 창업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30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6년 부산지역 신설 법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신설 법인은 4817개 업체로 2015년 4855개 업체보다 0.8% 감소했다.

신설 법인 수는 비슷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고용 창출 효과와 부가 가치가 큰 운수업과 제조업, 건설업종의 창업이 일제히 줄었다. 운수업(199개)은 전년 대비 -20.4%, 제조업(725개)은 -18.9%, 건설업(751개)은 -7.9%의 역성장을 했다.

이들 업종의 역성장은 지역경제의 불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조선기자재와 철강업이 부진하면서, 제조업 창업 의지가 떨어졌다. 여기에 해운·항만산업의 침체로 운수업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용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가 안 되는 '속 빈 창업'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동산·장비임대업·서비스업(1499개)의 창업은 전년 대비 15.5%, 유통업(1211개)은 13.1%나 늘었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소규모 창업으로, 골목상권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한 이들이나 전업주부와 청년들이 취업이 쉽지 않자 소규모 창업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골목상권을 이루는 창업이 많아지면, 가뜩이나 치열하게 경쟁 중인 소규모 유통·서비스업의 '제 살 깎아먹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 밖에 지난해 정보통신업 신설 법인은 206개, 수산업은 7개로 2015년과 비슷했다. 신설 법인은 부동산·장비임대업·서비스업이 가장 많았고 유통업, 건설업, 제조업 순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구조적인 경기침체상황에 속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태풍과 지진 등의 여파로 제조업 창업 부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창업의 수도 중요하지만, 창업의 속내를 파악한 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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