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육을 듣다] 한석정 동아대 총장 "지덕체 역량 골고루 갖춘 '동아 젠틀맨'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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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한석정 총장은 청춘들에게 끊임없이 맞서고 실패 앞에 좌절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수차례 주문했다. 김병집 기자 bjk@

동아대 한석정 총장의 집무실 한쪽에는 한 달 전부터 격파용 송판 다섯 장이 놓여 있었다. 신입생들에게 격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한 연습용 송판이다. 20일가량 연습한 끝에 한 총장은 대리석 격파에 성공했다. 한 총장의 '무모한 도전'에는 그가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다. "도전하라. 실패 앞에 좌절하지 마라. 인생은 길다!" 그는 60대 총장의 도전 정신이 학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랐다. 어렵고 힘들게 보이는 일이라도 하고 싶은 일은 일단 해보라는 것이다. 30대에 뒤늦게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마흔을 넘겨 복싱을 시작한 범상치 않은 그의 이력도 도전 정신의 소산이었다. 그는 신입생들에게 '도전하라'고 말로만 조언하고 싶지 않았다. 교육은 스승이 직접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소신이다.

한 총장은 서울대 인문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볼스테이트대 사회학 석사와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3년 동아대 사회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한 그는 동아대 사회과학대학장,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최근 특례 입학 사태 원인은
한국 지식인층의 도덕 불감증
대학에서 '전인 교육' 이뤄져야

수입 다변화로 재정난 타개하고
지역 연계 연구·특화 교육과
동문 파워 등 강점 살려나갈 것


-최근 '이화여대 특례 입학 의혹'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대학을 들어가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여기는 문화가 우리나라는 강하다. 모두가 대학에 가고 싶어하고, 그 결과 대학이 양적으로 팽창했다. 현재는 경영상 부실이 심하지만 퇴출되지 않은 '좀비 대학'이 난립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특례입학 사태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구조적인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교수를 포함해 한국 지식인 엘리트의 도덕적 취약성이 깔려 있다. 특정 대학 총장과 교수만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지도층 부패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될 순 없다. 청렴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고,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것도 인성을 비롯한 '전인 교육'이다."

-총장으로서 실현하고 싶은 교육 철학은

"앞서 언급한 '전인 교육'을 교과를 통해 실현할 계획이다. '전인 교육'은 개인적으로 지향해 온 삶의 태도다. 지성과 인성, 그리고 강인한 체력을 갖춘 인간이 되고자 평생 노력해왔다. 젊은 시절 오로지 출세를 위한 공부를 추구하는 한국식 '범생이 교육'을 누구보다 혐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인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한다. 총장 취임 후 '동아 젠틀맨' 육성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의 명문 대학은 공부뿐 아니라 도덕과 운동을 강조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남녀 모든 학생들이 태권도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교과를 편성할 계획이다."

-동아대의 당면 과제와 타개책은

"한국의 대학은 위기의 시대를 겪고 있다. 우리 대학은 수입의 다변화, 적극적 유학생 유치와 정부 지원 사업 수주 등을 통해 재정난을 타개할 계획이다. 쉼 없는 학제 개편, 인터넷 무크 강의 참여, 대학의 경량화, 무엇보다 대학의 차별화에 주력하겠다. 이를 위해 대학의 미래를 구상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최근에 구성했다.

우리 대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교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학전문대학원과 의과대학을 동시에 보유한 대학은 20개 정도다. 우리 대학은 그중 한 곳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울에 대항하는 지역의 문화적 자존심과 경제적 자립이 지역 대학 발전의 관건이다. 지역과 연계된 연구와 교육, 국립대와 차별되는 신속한 결정, 특화된 교육, 동문과 지역사회와의 호흡 등의 전략으로 임할 것이다. 현재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동아대 교세는 '동문 파워'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우리 대학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조무제 전 대법관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과 법조인, 관료, 경제인을 배출해 낸 한강 이남 최고의 사학이다.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과 부산상공회의소 신정택 전 회장 등 지역 경제계를 움직이는 많은 경제계 지도자가 우리 대학 출신이다. 한강 이남 국립·사립대 어느 곳도 우리 대학의 동문 파워를 따라오지 못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재기 선수,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선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 태권도 동메달리스트 김태훈 선수 등 우리 대학 스포츠의 힘은 대단하다. 그리고 어딜 가더라도 우리 대학 동문회가 다 있다. 이런 강점을 더 살리기 위해 과거의 긍지를 정리, 채록, 선양하는 작업인 이른바 '동아문화 창달'에 나서고 있다. '동아문화 창달'의 키워드는 설립자 석당 정재환 선생께서 즐겨 쓰신 '동좌문도(同坐問道)'이다. 스승과 제자, 또는 선후배가 한자리에 앉아 이치를 서로 논한다는 뜻이다."

-석당박물관에 지역민의 관심이 크다

"석당미술관은 국보인 '개국원종공신녹권'(제69호)과 '동궐도'(제249호)를 비롯해 '융기문토기'(제597호) 같은 보물 13점, 등록문화재인 '부산전차'(제494호)와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제41호) 등 수십 점의 지정문화재와 3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윤겸의 '영남기행화첩'이 보물로 추가 지정 예고됐다.

국보와 보물 중에는 동아대 설립자이신 석당 선생께서 소장하고 계시던 것들이 여러 점 있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2대 정사의 하나인 희귀본 <고려사> 전질과 1963년부터 1968년까지 인출한 고려대장경 인경본을 소장하고 있다. 석당 선생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유물 수집 노력으로 1959년 부산 최초의 박물관인 동아대 박물관을 개관했다."

송지연·임태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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