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설밥상 민심' 어디로] '침묵 보수' 뭉치기? '文 대세론'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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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 정국의 최대 분기점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헌법재판소가 3월 13일 이전에 탄핵 심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4월 말 또는 5월 초 '벚꽃 대선'이 실시 가능성이 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설 명절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조기 대선은 가장 큰 안줏거리가 될 전망이다.

각 대선 진영은 설 연휴를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으로 보고 주도권 경쟁에 일제히 나섰다. 대선 출마가 전망되는 주자들만 벌써 20여 명에 이르는 것은 그만큼 대선 정국의 유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밴드왜건' 강화되면 진보
'샤이보터' 결집하면 보수
제3지대도 존재감 띄우기

정치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통해 대선 여론의 향배가 '밴드왜건 효과' 또는 '샤이보터 효과'로 집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밴드왜건'(Bandwagon·선거 과정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 후보자에게 지지가 몰리는 현상) 효과가 힘을 얻을 경우 이미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는 야권 주자들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의 결과라는 점에서 '집권세력 심판'이라는 이슈가 갈수록 힘을 얻게 되면 대세론을 형성한 야권 후보 쪽으로 더욱 지지가 쏠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설 연휴 동안 '대안이 없다'는 여론을 유지할 경우 사실상 야당후보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반(反)문재인' 정서가 야당 지지층 사이에서 퍼져 나갈 경우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설을 거꾸로 쇠는' 상황을 맞을 수 있고 민주당 경선의 역동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샤이보터'(Shy Voters·드러내지 않고 지지하는 유권자)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줄곧 지지율이 뒤처졌던 트럼프가 예상외로 당선됐듯이 우리 대선에서도 '침묵의 유권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권 성향과 정통 보수 지지층은 '탄핵 후폭풍'에 밀려 자신들의 지지 성향이나 요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 때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대화·만남 등을 통해 감춰뒀던 속내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가장 많이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실망한 정통 보수층에서는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일 반 전 총장이 연휴 이후에도 다자 대결 지지율을 20%대 중반까지 올리지 못할 경우 급속하게 여권의 대선구도가 황 권한대행 쪽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의원 등 제3지대 인사들도 이번 설 연휴 동안 얼마나 치고 올라오느냐에 정치 생명이 달렸다.

다만 이번 설 연휴는 과거에 비해 휴무 기간이 짧고 최근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규모로 민심이 전해지고 확산되는 여론의 순환효과가 약해 명절 이후 극적으로 대선 국면이 전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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