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고전과 세태] 4. 不患貧而患不均(불환빈이환불균)-가난이 아니라 고르지 못함을 걱정한다 <논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의 경남도지사 시절 그의 집무실에는 '不患貧 患不均(불환빈 환불균)'이 편액으로 걸려 있었다.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제자인 염유와 계로로부터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가 부용국(附庸國) 전유를 공격하려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공자가 한마디 했다. "내가 듣자 하니, 나라[國]를 소유한 제후나 집[家]을 소유한 대부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不患貧而患不均) 인구가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경내 민심이 불안한가를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安(불환과이환불안))고 했다. 대체로 재부가 고르면 빈곤이 없고, 경내가 조화로우면 (인구가)부족함이 없으며, 편안하면 기울어짐이 없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민생·안전 뒷전
군주들 군비·세력 확충 골몰
작금 우리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심화되는 빈부격차 해소는
재벌개혁·경제민주화에 달려
대선에서 알짜 후보 선택해야

춘추전국시대는 부국강병이 대세였다. 제후국 군주들은 민생과 나라의 안정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군비 확충과 세력 확장에만 골몰했다. 공경대부 벼슬아치들은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긁어모았고 서민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국가경제니 안보니 하는 명분하에 세금은 무거워지고, 국가의 부가 재벌 대기업과 금융자본으로 쏠리는 동안 보통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빈부격차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빈부격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상위권에 있다.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50%에 육박, 미국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의 방식을 적용하면 빈부격차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임금격차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격차가 빈부격차 심화의 큰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0%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0%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목격하고 있듯이,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과 이를 통한 재벌에 대한 특혜는 체감 빈부격차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화두로 대두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없애며,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드는 게 경제민주화의 골간일 것이다.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면서 4월 '벚꽃 대선'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혹여 봄날 벚꽃놀이에 한눈팔면 어쩌나. 눈 부릅뜨고 '불환빈 환불균' 정신을 구현할 알짜 후보를 선택해야 할 텐데. 논설위원 hohoy@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