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해양·수산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강병균 해양문화연구소 소장 겸 ㈔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이 정유년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당초 예정된 오는 12월보다 훨씬 앞당겨져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4월 말이나 5월 초 조기 대선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앞당겨질 정권 교체나 차기 정부 출범을 위해 정부조직 전면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청와대와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해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부처 개편 논의는 국회와 정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세부적인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고무적이어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미운털 박힌 해수부 해체론 대두
해양가치 모르는 내륙 중심 사고
해수부 강화, 해양·수산 육성 절실
부산·해양수산인 한목소리 필요
그렇다고 해서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 해체론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경기 광주갑) 의원은 국회에서 '촛불명예혁명의 정신을 정부조직 개편에 담다'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발제자인 김한창 공공정책연구원장은 해수부 해체론을 내놓아 해수부 공무원은 물론 해양·수산업계의 위기감을 낳았다. 4년 전 박근혜 정부 들어 힘들게 부활한 해수부를 해체해 국토교통부 산하 해양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수산청으로 분할하자는 주장이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해양강국 건설'을 내세우며 해수부를 신설하기 전과 같은 조직체계로 21년이나 후퇴하는 것이다.
해수부 해체론은 서울과 내륙 중심의 단편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내륙 중심적 시각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무역 진흥과 수산식량 자원 생산을 위한 기간산업인 해양·수산업 현장의 특성과 중요성을 간과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바다의 무한 가치를 모르고 있기 일쑤인 까닭이다. 여기엔 여야가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해수부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정책의 상징성을 띤 미래창조과학부, 최순실 개입 등에 휘둘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사고부처'로 미운털이 박혀 최우선 폐지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해수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과 '한진해운 사태' 대처에 크게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럴수록 힘없고 미진한 부처인 해수부가 조직의 문제점과 한계를 개선해 제역할을 다 하도록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조기 대선 직후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바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여야 정당과 각 대선 후보 캠프 입장에서는 그만큼 정부조직 개편과 인사를 서둘러 준비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급하더라도 해수부 해체를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금물이다. 북쪽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히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제 돌파구는 바다에 있다. 미래는 해양 개척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수산 정책 수립과 운영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해수부가 현 정권 심판의 희생양이 돼선 정말 곤란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진 조선 및 해양플랜트 업무를 해수부로 넘겨 연계성이 큰 해운분야와 통합관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해양·항만·수산업에서 중요한 기상 예측도 해수부가 관장하는 게 적합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진정한 해양대국으로 가기 위한 정책의 시너지를 높이려면, 내륙인 세종시에 있는 해수부를 모든 해양분야를 망라한 조직으로 규모와 역량을 키운 뒤 산업현장과 다양한 해양·수산 공공기관이 밀집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여야 대권 주자들의 부산 방문이 잇따른다. 대선 주자들은 설 연휴 표심 잡기에 적극 나설 것이다.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지역과 해양·수산 종사자들은 해수부 강화, 해양·수산업 지원과 육성, 해양인식 제고정책 등을 대선 공약화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나아가 부산과 해양·수산 지도층과 전문가들이 각 후보 캠프에 실효성과 구체성 있는 해양정책들을 먼저 제안하기를 바란다.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