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세상 속으로] 서병수 시장의 세 가지 덫
/윤현주 논설위원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시민 평가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지난해 12월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 결과를 보면 서 시장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30.1%에 불과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꼴찌다. 1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66.7%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 시장은 11월 평가에서도 32.4%로 유정복 인천시장에 이어 끝에서 둘째였다.
리얼미터 12월 직무수행 평가
광역단체장 중 꼴찌, 행보에 타격
블랙리스트·측근 비리·대통령
탄핵에 서 시장 운신 폭 좁아져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솔직함으로 정면돌파해야
리얼미터 조사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있다. 본보를 포함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부산·경남·울산지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직무평가에서도 서 시장이 '잘한다'는 응답은 33.7%에 불과했다. '못한다'는 44.5%나 됐다. 여론의 혹평에 대해 서 시장 측은 "지난 시간은 밭 갈고 씨를 뿌린 시기로 올해부터 성과가 하나둘 나타날 것"이라고 애써 자위했다. 본인은 사심 없이 열심히 뛰었지만 시민들이 그 진정성을 몰라준다는 뉘앙스가 다분하다.
과연 그럴까? 서 시장에 대한 평가가 저조한 것은 전적으로 자업자득임을 알아야 한다. 냉철한 상황인식의 바탕 위에서 전향적인 타개책을 모색하지 않는 한 재선은커녕 임기 후반 시정운영마저 발목 잡힐 공산이 크다. 서 시장은 현재 세 가지 덫에 걸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첫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덫이다. 블랙리스트는 '법꾸라지' 김기춘과 '신데렐라' 조윤선마저 영어의 몸이 되게 한, 정국의 쓰나미이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벌어진 BIFF에 대한 정권의 압력과, 이후 국고보조금 삭감 등 탄압 실상이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BIFF도 블랙리스트 관리의 차원이었던 셈이다. 이 야만적인 국가 범죄의 책임에서 서 시장은 과연 비켜나 있을까?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는 게 그의 해명이지만, '친박(박근혜)계' 핵심인 그와 청와대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오갔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 의심이다. 부산 문화예술단체들이 그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은 필연적 과정이다.
둘째 측근 비리의 덫이다. 2016년 2월 전용성 정무특보가 수뢰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지난달 서 시장의 최측근이자 부산 친박조직으로 알려진 '포럼부산비전'의 전 사무처장 김 모 씨와 시 경제정책을 총괄한 정기룡 경제특보가 엘시티 비리로 잇따라 구속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서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사들이 '원전 비리'로 재판을 받았거나 접대골프 사건으로 청와대 행정관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측근 관리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서 시장만 '까마귀 속의 백로'처럼 청정할까, 하는 의심 또한 합리적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탄핵의 덫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새누리당은 제2당으로 전락했다. 새누리당은 '텃밭' 부산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하며 서 시장의 행보에 타격을 줬다. 서 시장은 시장 출마 당시 '원조 친박'으로서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워 당선했다.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상당한 힘이 됐다. 그러나 이제 그는 비빌 언덕을 잃어버렸다.
위 세 가지를 털어내지 않고는 서 시장이 시민 지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안들은 법적·도덕적·정치적 책임과 긴밀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침묵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해 오고 있다. '다이빙벨'에는 어디까지 관련돼 있는지 진솔하게 밝히고, 자진해서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여야 한다. 측근 비리는 진정성 있는 대시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수적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한다. "내가 아는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 하더라도 최순실 등과 공모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본보 지난해 11월 21일 자)는 어설픈 상황 인식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시민들은 묻고 싶다.
결론적으로 소통 부재가 서 시장의 행보를 발목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통은 잘 통하는 것이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즉, '잘 통하면 아픈 곳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고 했다. 몸만 그러할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소통의 출발은 먼저 솔직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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