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업 100년 프로젝트] 2. BN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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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 크는 '시민그룹' 되겠다"

BN 그룹 조의제 회장이 집무실에서 최근 출시한 '대선' 소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비엔그룹 조의제 회장은 전문 경영인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과 동부그룹의 비서실과 금융부문 등 핵심 부서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그는 조성제 명예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명예회장에게 조언을 얻고는 있지만, 그룹의 운영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라고 밝힐 정도로 강단이 있다. 그를 통해 비엔그룹의 성장 비결과 100년을 향한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조선기자재 전 부품 국산화
창업 5~6년 만에 일궈내 

도시철도 역사 벽체 납품
국산 제품 불신 해소 '도약'

최근 '대선'소주 대변신
친환경 선박 도료 개발 박차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조 명예 회장이 1978년 비엔그룹의 모기업인 부일산업㈜(현 BIP㈜)을 창업, 선박 내장재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국산화를 위해 외국 업체의 설비를 둘러본 뒤 호텔로 돌아와 기억만을 더듬어 노트에 메모했다. 이 메모를 토대로 설비를 국산화했고, 창업 5~6년 만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조선기자재 전 부품을 국산화했다. 조 회장은 "명예회장이 외국 업체에서 사진을 찍다 쫓겨나는 등 온갖 수모를 겪었지만,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국산 제품에 대한 조선소의 불신이었다. 수년간 판매 실적을 전혀 내지 못했다.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1980년대 초 부산도시철도 1호선 8개 역사에 선박 50척 분의 벽체와 천장 강판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이때도 지하철역마다 다른 색의 강판을 사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지하철 공사 이후 명예회장은 역사를 쇼룸으로 활용했어요. 해외 바이어들이 찾아오면 역사로 안내해 계약을 성사시키곤 했습니다."

또 다른 기회는 일본에서 찾아왔다. 1986년 일본 한 조선업체가 구매 제의를 해 왔다. BIP는 국내보다 15% 이상 높은 가격으로 수출했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한 제품의 필름 부문이 변색됐다. 조 명예회장은 전체 공급가의 3배에 달하는 항공 운송비를 부담하며 단 삼 일 만에 클레임을 해결했다. 조 회장은 "당시 일본의 한 신문이 이 사건을 악성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오히려 BIP의 신뢰를 부각시켜 일본의 유력 조선사들의 주문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비엔 그룹은 2011년 향토 소주 회사인 대선주조를 인수했지만 경남 기업인 무학에 밀려 이미 넘어간 부산의 소주 시장을 되찾지는 못했다. 조 회장은 "대기업과 해외 펀드에 인수된 뒤 대선주조와 직원들의 역량이 크게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대선은 최근 가격 빼고는 모든 것을 바꾼 '대선' 소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도 16.9도로 낮춰 무학의 '좋은 데이'와 정면 승부에 나섰다.

조 회장은 비엔그룹이 100년을 가기 위해 '핵심 역량의 강화'와 '시대에 맞는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총괄 회장이 된 뒤 선박이라는 핵심 역량과 동떨어진 풍력발전과 자동차엔진 사업에서 과감하게 손을 뗐다. 반면 친환경 선박용 도료와 선박 폐열을 회수해 발전하는 열병합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조 회장은 "사업 다각화도 핵심 역량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들 사업 모두 선박과 관련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친환경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미국의 GE와 푸르덴셜보험이 '국민 기업'으로 100년을 넘겼다는 사례를 들며, 비엔그룹도 '부산 시민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나서 자란 향토기업으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과 동반 성장해야 한다"면서 "미래를 이끌 후배 기업과 기업인도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고 꾸준히 도전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길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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