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망사고 줄이자 '이것만은 꼭!'] 3. 사고 부르는 '스텔스' 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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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 횡단·도로 위 '쿨쿨'… 꼭꼭 숨은 보행자 '위험천만'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앞 투광기(횡단보도 신호등 위 흰 불빛)가 설치된 횡단보도. 투광기 빛이 횡단보도를 밝게 비춰 운전자들이 야간 주행 시 횡단보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정종회 기자

상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기능인 '스텔스(stealth)' 하면 전투기, 이지스함을 떠올리겠지만 도로에도 운전자가 미처 발견할 수 없는 '스텔스 보행자'가 존재한다. 주로 심야에 어두운 곳에서 도로를 건너거나 만취 상태로 도로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는 야간에 무단횡단을 하다 26명이 숨졌고, 8명이 도로에 누워 있다가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심야엔 어두운 옷 착용 지양
만취 상태 도로 활보 '금물'
전문가 "투광기만으론 한계
보행·운전자 서로 조심을"

■발견해도 이미 늦었다

지난해 2월 2일 오전 5시 50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도로. 당시 운동을 하러 나가던 A 씨는 검은색 상의에 후드까지 쓰고 왕복 4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이때 횡단보도 쪽으로 진입하던 승용차 한 대가 미처 A 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격했고, 이틀 뒤 A 씨는 사망했다.

지난해 3월 18일 오후 9시 35분께 부산 남구 용호동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B 씨 위로 승용차가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B 씨도 세상을 떴다.

해당 장소는 밤이 되면 주위가 어두워 검은 옷을 입고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나 만취 상태로 누워 있는 취객을 미처 발견하기 어렵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시속 72㎞로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1초에 20m 이상 차량이 전진하기 때문에 사고를 피하기엔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경찰청 교통계 박재군 경위는 "특히 야간에는 도로변 불법 주차가 많아 운전자의 시야를 더욱 가리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투광기, 중앙분리대 설치했지만…

부산경찰청은 스텔스 보행자 사고를 막기 위해 야간 시간대 횡단보도를 밝히는 투광기를 수년 전부터 설치하고 있다. 1월 현재 부산 전역에 투광기 371대가 설치됐고, 올해에는 예산 4억 8300만 원을 들여 127대를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일부 기초의회들도 횡단보도에 투광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거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경찰 분석 결과 횡단보도에 설치된 투광기는 교통사고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투광기가 설치된 40곳에서 8개월 동안 교통사고는 34.2%가 줄어들었고,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상습 사고지역에 무단횡단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중앙분리대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보행자와 운전자의 의식이 변하지 않은 채 도로 주변 정비만으로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교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도로 위에서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배려와 양보를 실천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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