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해수부 해체론, 오죽했으면 나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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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해양수산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해양수산부 해체론에 대한 논의(본보 19일 자 1면 등 보도)가 불거졌다. 세월호,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원망의 화살이 해수부로 향하고 '힘없는' 해수부가 현 정권 심판의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인사의 돌출 발언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행여 당론으로 채택되진 않을까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해양수산인들 입장에서는 한 번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터라 더더욱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이 돼 있는 셈이다.

민주당 소병훈 의원실 주최로 해수부 해체 논의가 이뤄졌던 12일 국회에서는 이와 별개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주최로도 조직 개편 논의가 이뤄져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중심에 해수부가 있다.

한진·미세먼지·모래 채취
현안마다 해결커녕 뒷짐
관계자 "없는 게 낫다" 분통
명운 걸고 뼈 깎는 노력을

하지만 세월호, 한진해운 사태를 해수부 탓으로 돌리는 건 세월호 이후 해경을 해체했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힘이 없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면, 힘을 기를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옳다.

더불어, 해양수산부는 왜 해체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지난 4년간의 과오를 되짚어봐야 한다. 지난 한 해만 돌이켜보더라도, 한진해운 사태는 물론이고 고등어 미세먼지 파동과 남해안 모래 채취 허가 연장, 콜레라 파동 등으로 해양수산인들이 뼈아픈 고통을 겪을 때 '해수부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경부가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았을 때, 해수부는 강력히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한술 더 떠 "데워 먹으면 괜찮다"고 해 해양수산인들의 공분을 샀다. 부당한 논리에 맞서 싸워줘야 할 해수부가 같이 손가락질을 하는 격이었으니 어민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부처 간 힘겨루기에서는 밀리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와야 할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기 일쑤여서 지역 해양수산 관계자들은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울분이 모이고 모여, 소용돌이를 치며 확산해 4년 뒤 이 같은 해체론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해체론을 일부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일반 시민들의 관점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산 지역의 한 공무원은 "습지보전법만 해도 환경부와 해수부 공동 법안이고 바다 습지와 관련해서는 해수부가 업무를 맡아줘야 하는데 환경부에 넘겨놓고 손을 놓고 있다"면서 "단편적인 예일 뿐 대체로 해수부 조직은 일을 하지 않는다, 입신만 생각한다는 등의 평이 많아 조직의 명운을 걸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양업계에서도 "해수부 부활 이후 오히려 원양어업은 더 침체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해수부 해체론과 관련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그런 얘기가 나오겠느냐. 이참에 조직을 재정비해 다시는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채찍질을 했다.

해수부는 해양수산인들이 보호해줘야 할 조직임은 분명하다. 여지껏 그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수부가 어려울 때마다 해양수산인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해수부도 힘을 키워 해양수산인의 울타리가 되어줄 때가 됐다.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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