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 제2배후도로 민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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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항 제2배후도로 굴암터널 앞에서 주민들이 진입도로가 사라져 버린 대다복마을 입구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백남경 기자

12일 개통한 부산 신항 제2배후도로가 민원 폭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결과 곳곳에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침해 사례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과 편익을 무시한 채 설계와 시공이 된 곳도 여럿 드러났다.

안전 무시한 설계·공사
곳곳서 마을 진입로 폐쇄
진해·김해 등서 잇단 물의
주민들 "법적 대응" 분통

■곳곳 재산권 행사 침해

이 도로는 롯데건설 등 10개사가 참여해 총사업비 6282억 원을 들여 2012년 7월 착공, 지난 12일 개통됐다. 하지만 도로 개설 과정에서 멀쩡한 마을 진입도로가 폐쇄되는 등 재산권 행사 침해를 당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굴암터널 앞 진해IC 부근. 이곳은 도로 개통 전부터 대장마을과 죽항마을, 대다복마을이 있었다. 이 가운데 대다복마을은 새 도로 개설로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농지 3만 3000여㎡와 대지 10여 필지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굴암터널과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기존 대다복마을의 진입도로가 사실상 폐쇄돼 버렸기 때문이다. 대다복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40m 절개지가 생긴 비포장도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인근 대장마을 주민들도 회차로를 이용하려면 가파른 급경사 도로를 올라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진해 주민 정 모 씨는 "도로공사가 한창일 때에는 대다복마을 진입도로를 내준다고 약속했지만 개통된 지금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도로구역 밖인 데다 국방부 땅이 있어 진입도로를 내주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진해구 남문동 사도마을 농지 입구와 김해 대청IC 쪽 신안마을 부근도 진출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진해IC는 반쪽 기능

부산 신항 제2배후도로는 시점에서 종점까지 진해와 대청에 두 개의 IC가 있으나 진해IC의 경우는 반쪽 기능에 그치고 있었다.

진해IC는 웅동1동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기존 국도 2호선이나 현재 건설중인 국도 58호선(장유~웅동1동), 그리고 녹산~소사간 도로를 타야만 이용이 가능할 뿐이다.

참다 못한 인근 대장마을 주민들은 진해IC로 곧바로 진출입할 수 있도록 통로박스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조차도 처음부터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발주처 간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설계와 예산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제2배후도로가 개통되긴 했으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면서 "제2배후도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시점까지 가야 하는 등 주민들의 접근성은 고려하지 않고 개통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석종근 민주도정경남도민모임 대표는 "제2배후도로가 개설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협조와 희생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커녕 접근성 마련을 위한 후속 대책조차 없으니 결국은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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