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여행] 이 마을, 진짜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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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헤이리 예술마을.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겨울, 평일의 헤이리는 고요했다. 음악인, 작가, 건축가 등 예술인이 모여 만든 49만 5000㎡(15만 평) 규모의 문화예술마을.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한 헤이리엔 마을 한가운데 자연지형의 갈대 늪지와 다섯 개의 작은 다리가 있다.

자연과 건축,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곳. 일상에서 벗어나 느린 걸음으로 텅 빈 겨울의 헤이리를 충만하게 만나려던 계획은 매서운 한파 때문에 접어야 했다.

천천히 걷는 대신 차로 이동해 개인의 철학과 취향이 오롯이 박물관이 된 곳들을 찾아 '서재 밖 인문 여행'을 나서기로 했다.

음악·문학·미술·건축… 예술 多 있는 곳
색다른 박물관서 세계 인문여행 떠나고
예술품 감상하고 책 읽으며 커피도 한잔

■ 악기박물관? 알고 보면 인류학 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박물관이다. 세계의 희귀한 민속악기들을 갖추고 2003년 개관해 헤이리보다 더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영진 관장은 "'소리를 내는 유물'인 악기는 삶을 투영하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며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악기박물관이라기보다 인류학 박물관"이라고 했다. 악기를 통해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악기는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인간 삶에 스며들어 공존해 왔다. 통섭, 융합교육에 악기만 한 게 없는 셈이다.

악기는 연주만 하는 게 아니었다. 불행하게 죽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몽골 악기 '야산갈링'은 장례식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기도 한다. 박물관은 세계 110여 개국 2000여 점의 전통악기와 민속품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부산 출신 이 관장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중동과 이슬람, 동북아시아, 인도와 서남아시아 등 세계 문화권별로 전시관을 두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도 두 번째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 있다. 이 관장은 그동안 연구하고 수집한 자료들로 지난 연말 책 <인간과 악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헤이리 7번 게이트 인근 위치. 관람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관). 관람료 3000~5000원.

■ 인형과 함께 하는 세계인문여행
세계인형박물관.
섬세한 문화의 결을 만나고 싶다면 세계인형박물관에서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015년 5월 개관한 세계인형박물관엔 세계 80여 개국 인형 1000여 점(일부 수장고 보관)이 있다. 인형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는 삶과 문화, 역사와 종교가 녹아 있다. 김진경 부관장은 "인형은 삶의 입체적인 기록인 만큼 세계인형박물관은 인형과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을 제안하는 곳"이라고 했다.

인형은 걱정을 덜어 주고,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과테말라 '걱정 인형') 떠들썩한 축제에 초대하기도(벨기에 인형 '질') 한다. 가나의 '토킹 드럼' 인형은 북소리로 분쟁을 조정하고, 역사를 기록하던 아프리카인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인형 속 인형을 겹겹이 품은 러시아 마트료시카(사진)는 서로 다른 문화의 조화로 탄생했다. 관절마다 매달린 끈을 조정하는 체코 마리오네트는 체코어를 지키는 문화 저항 운동에 불을 지핀 인형이기도 하다. 
세계인형박물관은 인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는 책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도 냈다. 인형과 함께 떠나는 세계문화여행 강좌를 열고 있고, 마트료시카·헝겊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교실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행운을 주는 인형전, 세계의 축제 인형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열 예정이다. 헤이리 9번 게이트 인근 위치.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 3000~5000원.

■ 북카페와 갤러리에서 즐기는 여유
한길북카페.
갤러리나 박물관은 월요일 휴관하는 곳이 많지만 화요일에 쉬는 곳도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한길출판사가 연 한길책박물관은 화요일엔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문 앞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바로 옆 한길북카페와 서점을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카페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곳도 많다. 1층은 카페로, 2층은 갤러리로 운영하는 '자연속 느린 갤러리' 블루메는 1월부터 3월까지 휴관하고 4월에 문을 연다. 고가구 판매를 겸한 카페 호메오에선 판매 중인 빈티지 가구에 앉아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카페 호메오.
헤이리에선 소규모 공연과 무료 영화 상영, 생태체험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헤이리넷(heyri.net)에서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가면 헤이리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 주는 행복"

1998년 창립총회를 열고 '문화예술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나선 지 어느덧 19년. 헤이리에는 21개의 미술관·박물관과 16개 갤러리, 12개의 오픈 스튜디오가 자리 잡았다. 이안수 헤이리 예술마을 촌장은 "헤이리는 개인이 콘텐츠인 예술의 집합소이고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모두 개인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운영자들에겐 유지하는 게 도전일 만큼 어려움도 많다"고 했다.

'헤이리의 소크라테스' 이 촌장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는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 주는 행복"이라고 했다. 이 촌장은 동기(motif)와 숫자 1(one)의 합성어로, '살아가게 하는 최고의 동기'를 찾자는 의미인 북스테이 '모티프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내 경험을 퍼 주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배우는 삶에서 내 사소한 도움이 누군가를 진정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게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글·사진=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여행팁

■교통편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 등을 이용해 가고, 서울 합정역 1번 출구에서 파주행 시외버스 2200번을 타면 된다. 합정역에서 헤이리 예술마을까지는 1시간 소요. 요금 2500원. 목적지에 가까운 헤이리 게이트에 내리면 된다. 날씨가 따뜻하다면 헤이리 게이트 4번 인근 종합안내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자가운전을 해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면 5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먹을거리
헤이리엔 갤러리를 겸한 카페, 추억을 만드는 체험 카페, 북카페가 즐비하다.

와인 갤러리 '식물감각'은 헤이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1층은 직수입한 세계 각국 와인 판매장으로, 2층은 따뜻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가에 앉으면 고즈넉한 헤이리 풍경과 청명한 하늘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버섯 파스타, 킹크랩 그린 파스타, 새우 날치알 크림 파스타, 얼큰한 뚝배기 파스타 등 다양한 파스타와 햄버그스테이크(사진) 등이 1만 5000~2만 원 선.

카페 블루메에선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도 즐길 수 있다. 갤러리의 다이닝 공간인 카페 블루메의 작은 정원은 지금은 겨울이라 황량하지만 카페에서 키운 국화로 만든 국화차를 마실 수 있다. 강승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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