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매립장 포화] 부산 '산폐물 대란' 원인·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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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무서워 방치한 '시한폭탄' 2019년엔 터진다

내년 말 복토를 앞두고 있는 부산 기장군 정관읍 NC부산 산업폐기물매립장 전경. NC부산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문을 닫으면, 산업폐기물 대란 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의 산업단지 정책이 '외바퀴'로 돌고 있는 것은 시의 의지 부족과 해당 지자체의 지역 이기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은 공장이 돌아가는데 필수적인 설비이다. 상품을 생산해내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처리할 공간이 필요한데 그걸 집으로 치면 화장실인 셈이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부산시와 해당 지자체가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필수조건인 산폐물매립장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원정 매립까지 나서며
수용한계치 근근이 방어

대체매립장 조성 급하지만
시, 로드맵도 없이 소극 행정

합리적인 상생안 마련하고
시-해당지역 행정공조해야

■산폐물 방치는 결국 폭탄 돌리기


동부산 지역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NC부산이 매립물량 축소 조치에 나서면서 산폐물 포화 상태는 현실로 다가왔다. 매년 50만㎥ 안팎의 폐기물이 쏟아지는 부산은 다른 지자체로 옮겨 폐기물을 처리하며 내년 말 복토 예정인 NC부산의 수용한계치를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폐기물 매립부지 부족은 전국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경남과 울산 등에도 여유가 있는 매립장이 드물다. 실제로 울산의 산업폐기물매립장 3곳은 모두 한계용량에 거의 도달했다. 오히려 인근 지자체들과 산업폐기물 매립 부지 확보를 위해 경쟁을 해야 할 처지이다.

설령 타 지자체에 매립부지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부산의 폐기물을 받아 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매립장들은 해당 지자체의 폐기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멀리 경북 경주와 대전까지 가서 폐기물을 매립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장지역 산단 관계자는 "기업에 필수적인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며 "추가로 진행 중인 산업단지를 감안하면 앞으로 동·서부산권에 2곳 이상의 폐기물매립장 설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 대란이 시작하는 수준이라면, 2019년 이후론 '폭탄'이 터지는 셈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는 동안 부산시는 산업폐기물매립장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지만,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산업계의 호소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주민 기피시설이다 보니 시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마땅한 대안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부산시 산업폐기물대란을 막기 위한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기장지역 산단 관계자는 "부산시 공무원들도 산업폐기물매립장을 늘려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사실 조금만 들여다봐도 모를 수가 없다"며 "하지만 대부분 민원을 야기하는 일이라며 계속 미뤘다. 조직 특성상 담당자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서서 일을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피해 최소화하려면 공론화 시급

부산의 산업폐기물 포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동부산 지역 폐기물을 처리하는 NC부산이 매립 용량 축소에 들어가기 시작한 2014년부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부산지역 17개의 산업단지에서 쏟아내는 산업폐기물도 문제지만 현재 조성 중이거나 계획 중인 22개의 산업단지까지 감안하면 대체 매립장 마련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산 도심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을 건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구밀집 지역을 피하면서 부지가 넓은 곳을 찾다 보면, 결국 강서구나 기장군이 유력 후보지가 된다. 기피시설들이 이미 많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보니, 해당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2013년 기장군 정관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신설이 추진됐으나 지역의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다.

결국 부산시와 해당 지자체가 어떤 식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느냐가 문제를 푸는 핵심이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지역 산업활동에 필수조건인 만큼, 시가 해당지역에 대한 지원책 등으로 민원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부산시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며,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키울 필요가 있다. 이 로드맵에 안에서 해당 지자체와의 행정 공조를 굳건히 하고 민원 해결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 역시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낙인을 받지 않도록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폐기물매립장에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엄격해진 환경보전법에 따라 비산과 소음 문제가 크게 개선됐고, 악취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과거 매립장과 신설 매립장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지역 주민에게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매립장 복토 뒤의 부지 활용 계획 수립에 대해 지역 주민 참여와 동의를 보장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산업폐기물매립장 없이 산단만 늘리는 건 화장실 없이 건물만 올리는 것"이라며 "지자체도 민원을 걱정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합리적인 상생 방안으로 산업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한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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