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수사' 정점 치닫는 이재용 영장청구
박영수 특검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장고 끝에 '강수'를 둔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철저한 규명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된다. 대기업의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이번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특검으로서는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인 삼성의 총수 구속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이 경영공백 상태에 빠지고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외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정공법을 택했다. 대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는 핵심 수뇌부는 불구속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특검 수사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물론 그 정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뇌물공여와 횡령, 국회에서의 위증 등이다. 특검은 뇌물을 수수한 당사자로는 최 씨를 적시하면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에게도 직무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 측에 직접 건넨 컨설팅 계약금(220억 원) 외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도 뇌물로 성격을 규정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삼성에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며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고리로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적시했다. 이제 범죄의 차원이 달라졌다. 이는 탄핵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이익 공유 관계'는 영장실질심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규정한 만큼,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 제시가 범죄 성립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