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여전히 미완의 민주주의
14일은 고 박종철 열사의 3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날 부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단체 주도로 박 열사 추모식을 열고 1987년 민주항쟁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추모 행사와 제12차 촛불집회가 동시에 열려 의미가 각별했다. 특히 부산에서 개최된 추모 행사에는 박 열사의 부친 정기 씨와 누나 은숙 씨가 참석해 혈육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전했다. 은숙 씨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네가 저 세상으로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반민주적 정권은 변하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은숙 씨가 토로한 대로 이 땅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대통령 직선제 등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된 듯하지만 내용면에선 반민주적 요소가 즐비한 게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은 헌법과 법률적 가치를 무너뜨린 반민주적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에 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활용 행태는 독재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간접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마저도 당선만 되면 주민 이익은 내팽개치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에만 몰두하는 사례가 빈발하지만 이를 제어할 뾰족한 수단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권력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됨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도 민주주의 착근의 결정적 장애요소이다.
연 1000만 명을 넘은 촛불집회의 열기는 대통령 탄핵을 넘어 진정한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열망일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치권이 반민주적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적 가치를 헌법과 법률로 구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민의 역량만큼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박 열사 30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