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몸과 마음, 생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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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선재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을 '생명의 음식'이다" 라고 말한다.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 밑바탕에 이러한 생명존중이 담겨 있다. 불광출판사 제공

음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TV라도 켜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단연 인기이다. 한데, 여기서 의문 하나.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고 요리사는 늘어가는데, 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은 많아지고 있을까? '음식은 약'이라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해 조계종 최초로 '사찰음식 명장'을 받은 선재 스님. 30년 넘게 '음식 수행자'로 살아온 그는 우리의 몸과 마음, 생각을 바꾸게 하는 사찰음식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조계종 첫 '사찰음식 명장'
30년 음식 수행자 선재 스님
"음식을 혀의 맛으로 좇지 말라"


스님이 최근 펴낸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는 음식의 대홍수라 할 만한 요즘 세상에서 사찰음식에 깃든 정신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음식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안내한다. 사찰음식이라고 하지만, 보편적 음식에 모두 통용되는 얘기이기에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음식과 생명의 가치, 곧 모든 생명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스님의 지난 30여 년의 발자취는 음식이 우리의 삶과 사상, 몸과 마음의 근본임을 일깨우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1990년대 중반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1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10분이면 갈 거리를 세 번에 나눠 걸어야 할 만큼 쇠약해졌다. 그때 스님을 구한 게 바로 사찰음식이었다. 선재 스님은 말한다. "사찰음식은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깨워준 음식이다"라고.

그렇기에 스님은 사찰음식을 '생명의 음식'이라고 말한다. 자연의 음식,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온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요리가 바로 사찰음식이다는 것.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 밑바탕에 이러한 생명존중이 담겨 있단다.

스님은 "요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짓는 일이다"라고 일러준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일이니 참으로 큰 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진정한 완성은 단순히 요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음식에 깃든 정성을 알고 단지 혀로만 먹지 않고 마음으로 헤아려 고마운 마음으로 먹는 것, 그리고 그 음식을 먹고 훌륭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음식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죽비도 든다. 음식을 먹을 때 맛만 좇아가는 요즘의 우리 세태에 대해서다. 맛만 좇으면 많이 먹게 되고, 건강을 잃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일도 원만하지 않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음식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조율과 절제, 비우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음식을 먼저 혀의 맛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진정한 삶의 맛, 지혜의 맛을 볼 수 있다." 스님의 주장이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 스님은 좀 더 나아가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자"고 말한다. 스님이 평소 많은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데는 욕심 내서 음식을 먹어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 먹어야 할 음식을 선택해서 먹어라는 의미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말을 빌려 '음식은 약이다'라고 말한다. 약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 자칫 약을 잘못 쓰면 몸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스님은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자연과 중생은 나와 둘이 아닌 하나"라면서 "자연의 생명이 맑고 건강해야 좋은 식재료를 얻고 이를 섭취하면서 건강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찰음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생명에 해를 주지 않고 자연에서 거둔 제철 음식에 있음도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선 스님이 뽑은 '한국인이 사계절 꼭 먹어야 하는 사찰음식 51가지'를 재료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와 더불어 소개한다.

스님은 말한다. 우리는 혀의 맛을 좇아가는 삶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조율하며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금 우리는 어떤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가? 선재 지음/불광출판사/368쪽/1만 80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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