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때문에? 부산 현안 등 돌린 지역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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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의 현안과 민원을 앞장서 챙기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자,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역대 부산·울산·경남(PK) 국회의원들이 그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 지역현안 챙기기를 최우선했던 이유다. 지역구 챙기기를 등한시 했던 국회의원은 그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철퇴를 맞았다.

그러나 20대 국회들어 PK 정치권의 이런 풍토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여야 PK 정치인들이 중앙 정치권의 이슈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지역현안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 조기 대선 분위기
청문회 등 중앙 이슈에만 몰두
서울·해외 체류 지역구는 방치
조세특례제한법 제동 없이 통과


여야 PK 정치인들은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일정에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나치게 중앙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월 2일 국회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국내 U턴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는, 그야말로 지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법인데도 PK 정치인 그 누구도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고, 본회의에서 '무사 통과'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간부들은 "PK 정치인들이 얼마나 지역현안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여야 PK 정치인들은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이유로 지역구 관리를 등한시 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모 의원은 "지역구에 가면 온통 최순실 얘기 뿐"이라며 "그렇다고 확실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어 아예 지역구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1주일에 1~2회 정도 지역구를 찾았던 이 의원은 2개월 째 서울에만 머물러 있다.

대신 PK 의원들의 해외방문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현안과 지역구 챙기기가 골치 아프니 아예 외국에 나가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는 생각이다. 연말과 연초에 수십명의 PK 의원들이 해외를 다녀왔으며 지금도 4~5명의 정치인들이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3회 이상을 외국을 방문한 PK 의원도 있다.

'표창원 효과'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박 대통령 탄핵안 찬반 의원 명단과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후 상당수 PK 의원들이 번호를 바꾸면서 민원인들의 접촉 창구가 사라져 버렸다. 이미 10명이 넘는 PK 의원들이 전화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일부 PK 초재선 의원들은 대선캠프에 주력하면서 지역현안을 거의 살피지 못하고 있고, 바른정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신당 창당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아무리 중앙 이슈가 많고, 대선캠프 일이 바쁘다고 해도 지역현안을 챙기지 않으면 지역구 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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