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자 100만 명 시대 한국의 우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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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문제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린 사이 구직자들은 고용절벽에서 절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기간을 4주로 잡고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고용 대란은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이토록 심각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초당적 대처를 하겠다던 정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작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실업자 수는 101만 2000명으로 2015년보다 3만 6000명(3.6%) 증가했고 실업률은 3.7%로 전년대비 0.1%포인트 늘었다.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청년 실업률이 치솟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15~29세 실업률은 연간 9.8%로, 역대 최고치인 2015년(9.2%)을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자영업은 느는 데 반해 제조업 취업은 위축된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제조업 구직자는 2009년에 3.2% 줄어든 이후 7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실업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집중됐다. 조선산업 경기불황에다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이들 도시가 특히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울산은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4.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달 부산도 3.6%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업률을 시·도별로 보면 인천이 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울(4.3%), 대구(4.2%), 부산·경기(이상 3.9%), 울산(3.8%) 순이었다. 부산·경남지역은 조선업 불황이 끝나는 내년 이후에야 일자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2.6%포인트나 높았다. 그런데 구직을 겨냥한 일자리 나누기, 조업시간 단축, 공공 사업조차 않는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우선 목표로 잡았던 이 정부 아닌가. 곧 물러날 식물 정부다 보니 고용절벽을 책임질 사람도 없고 책임 지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고개 숙인 청춘들이여, 절망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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