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 이사장 비리 "이 정도일 줄이야…"
아들을 교사로 채용하면서 채용위원회를 엉터리로 꾸린 사학재단 이사장이 교육 당국에 적발됐다. 문제의 이사장은 학교로부터 매월 금품을 정기적으로 수수하고, 학교는 이를 위해 운영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A 이사장은 2015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에 아들 B 씨를 채용하면서 내부 교직원으로만 교사채용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는 B 씨가 재학 중인 대학원의 교수를 외부인사로 영입했다. 응시자와 관련된 인사는 채용위원이 될 수 없는 사립학교 인사 규정을 어긴 것이다. B 씨의 채용 과정에서는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여러 군데 포착됐다. B 씨는 서술형 문제에 답을 적지 않았는데도 점수를 받았다. B 씨의 점수는 90점으로, 응시자 평균 점수인 35.79점과는 무려 54점가량 차이가 난다. 시험지 유출 정황도 발견됐다. 시험지를 공공 장소가 아니라 B 씨의 대학원 교수가 보관했으며, B 씨의 답안지에는 문제 풀이 흔적이 없이 답만 기재되어 있었다. 당시 채용 시험에는 총 19명이 응시했고, B 씨를 포함한 3명이 최종 합격했다.
채용위 구성·채점 엉터리
아들 교사 채용 온갖 불법
공사비 부풀려 공금횡령 등
부산교육청 복마전 재단 적발
부산시교육청은 A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6개 사립학교에 B 씨뿐 아니라 재단 관련자 친인척과 자녀 31명이 정규교사나 기간제교사로 채용됐다고 밝혔다.
A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비리뿐 아니라 금품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명절마다 재단 소속 교장회 등으로부터 50만~70만 원의 금품을 받았고, 여름 휴가비로 행정실 관계자에게서 2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5년 동안 급여 명목으로 학교로부터 상납받은 돈은 약 9300만 원에 달한다는 게 부산시교육청 설명이다. A 이사장은 학교 운동장을 인근 교회에 주말마다 빌려주고 임대료 16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적발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A 이사장에게 상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는 운영비 횡령을 일상적으로 일삼았다. 2개 학교는 공사를 하지 않고도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거나 공사내역을 부풀려 729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학교는 공사 업체에 부풀린 공사비를 입금한 후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교육청은 공사비뿐 아니라 복사기 토너와 잉크 등의 소모성 사무용품에도 같은 수법을 사용해 6개 학교에서 학교운영비 1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했다.
부산시교육청은 A 이사장이 감사대상 기간인 2012년보다 앞선 1996년부터 재단 업무를 맡아 온 점으로 미뤄 비위 사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A 이사장에 대해서는 해임에 해당하는 '임원 승인 취소 요구' 절차를 밟고, 관련자도 징계할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 이일권 감사관은 "교육청의 강력한 청렴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며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회계부정과 채용비리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도 놓은 감사를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지연·임태섭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