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공동 기획-교통사망사고 줄이자 '이것만은 꼭!'] 1. 보행자의 가장 위험한 선택, 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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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빨리 가려다… 무단횡단, 지름길 아닌 목숨 건 횡단

무단횡단 교통 사망사고가 빈번한 부산 구포시장 앞 덕천역 버스환승센터에서 9일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가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부산에서는 1만 138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67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2015년에는 1만 1901건의 교통사고가 있었고 178명이 숨졌다. 감소세이긴 하나 여전히 순간의 실수로 도로에서 허망하게 숨을 거두는 이들이 많다. 이에 본보는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부산경찰청과 함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9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덕천역 버스환승센터는 여느 때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본보 취재진은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와 함께 시민들의 교통문화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활기 넘치던 버스환승센터 인근은 한 70대 여성의 돌발행동 탓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버스가 도착했는지 이 여성은 신호를 무시하고 2개 차로를 잰걸음으로 가로질렀다. 주위에서 "어, 어" "차! 차!"하는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이 여성은 익숙하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덕천역 버스환승센터 주변
보행자 횡단보도 사고 급증
2015~16년에만 3명 숨져

부산 전체 사망사고도 증가
'성숙한 보행습관 필요' 지적


이 같은 장면은 덕천역 버스환승센터에서 5~10분에 한 번씩 볼 수 있을 정도다. 왕복 6차로 도로의 한가운데 버스환승센터가 있는데, 2개 차로(성인 기준 6~7걸음)만 건너면 횡단 보도를 지날 수 있어 무단횡단이 빈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행자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버스환승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인 2011~2013년 24건에 불과하던 횡단보도 사고는 2014~2016년 34건으로 늘었다. 특히 건립 전 3년 동안 한 건도 없었던 사망사고는 지난 3년간 3건(2016년 2건, 2015년 1건)으로 증가했다.

사망사고 상황도. 김경현 기자 view@
무단횡단으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는 비단 덕천역 버스환승센터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167명 가운데 77명이 '차 대 사람' 충돌로 목숨을 잃었다. '차 대 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2015년 73명에서 2016년 60명으로 17.8% 감소한 반면 '차 대 사람' 사고는 2015년 76건에서 2016년 77건으로 증가했다. 보행자 사고는 사망과 직결되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북구청은 이달 중 용역을 발주해 결과에 따라 버스환승센터의 존폐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성숙한 보행습관이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는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깜빡거릴 때는 빨리 건너라는 뜻이 아니라, 횡단보도 대기선 외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진입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켜지면 횡단보도 선은 없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빨간불에 건너는 무단횡단 사고 시 보행자의 과실도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박상욱 교통안전계장은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 중"이라며 "운전자들이 재래시장 앞에서 서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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