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명상 어때요?] 멈춤의 여행… 오감을 닫고 나를 만나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으나 지금 당장 휴양지로 떠날 수 없는 당신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휴식법 한 가지를 제안한다. 공기 좋은 산으로, 풍경이 멋들어진 바다로 떠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생활 속 명상이 그것이다.
지난 2일 오전 찾아간 부산 금정구 구서1동 주민센터 2층 교양강좌실에서 열린 '행복한 나를 찾는 치유 명상'(이하 치유 명상) 수업은 6년째 이어지는 강좌. 최근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 다양해졌다고는 해도 명상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 2017년 새해 첫 수업인 데도 남성 수강생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참석했다. 그들에게 명상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지 들어 봤다.
마음의 눈이 깨어 가는 과정
현대인의 스트레스 치유에 좋아
호흡법 반복하면 숙면 효과도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좋은 명상
참고로 기자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얼마 전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차가운 법당에 앉아서 참선이란 걸 해 본 적이 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몸이 뜨거워졌고,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뭔지 모를 그 느낌은 한동안 잊히지 않았고, 곧 다시 그곳을 찾겠노라고 내심 별렀지만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물론 참선과 명상은 다르다. '이 뭣꼬'라는 화두를 들고 하는 참선과 달리 명상은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거나 자신을 비워 내는 동시에 마음의 눈이 깨어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어렴풋하게나마 명상이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참 좋은 치유의 방법이겠거니 생각은 하면서도 동네 여기저기에 들어서기 시작한 '○○명상센터' 문은 쉽게 열고 들어가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문턱이 높았다.
한편으론 제대로 된 명상을 하려면 숲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점에선 2013년 6월 부산에서 꾸려진 명상지도사들의 모임인 '빛뜰협동조합'이란 존재는 참으로 소중하다. 명상 모임이 시작된 걸로 치자면 2007년 뇌병변복지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전용 공간이 없기에 그들은 숲이면 숲, 학교면 학교, 문화센터와 복지관 등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구서1동 주민자치센터 치유명상 강좌는 '빛뜰' 소속의 송영경 명상지도사가 이끌고 있다. 송 명상지도사는 수업에 앞서 "우리가 명상을 하면서 항상 밝은 기운 속에 있자고 하는데 활짝 웃으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밝아진다"면서 "항상 웃을 일만 생기는 건 아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극복해 나가면서 마음이 더 커지고 영혼이 더 자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즐기고 나눌 줄 아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기혈 순환 체조-명상-차 마시기
이윽고 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말을 벗고 몸속 기운이 잘 유통되게끔 도와주는 기혈 순환 체조를 25분 정도 실시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30분 정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에 들어갔다. 이날 처음으로 등록한 사람은 아예 드러누운 자세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오래도록 해 온 사람은 가부좌를 틀기도 하는 등 각자 자유롭게 자세를 잡았다.
그런 다음 나지막이 공간을 파고드는 명상 음악과 은은한 허브 오일 향을 느끼면서 눈을 감고 송 명상지도사가 읊조리는 대로 세상의 모든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 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만 집중했다. 명상은 생전 처음인 데 잠깐이었지만 따라 해 보면서 심신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명상을 마친 뒤에는 10분 정도 마무리를 겸해서 송 명상지도사가 이끄는 대로 '몸살림 운동' 동작 몇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수강생끼리 소통에 나섰다. 40대부터 80세에 이르는 분까지 둥글게 모여 앉아 소감을 나누었다.
'최고참' 김화옥(78) 씨는 "명상을 하고 나면 무엇보다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말했다. 5년차의 원민자(72) 씨는 "비록 주 1회지만 바쁜 일상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고, 밤에 잠들기 전에 매일매일 호흡법을 반복하다 보면 잠도 잘 와서 좋다"고 거들었다. 한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했다는 김나영(65) 씨는 "동작 위주로 자꾸만 흐르게 되는 요가와 달리 명상은 내 몸의 기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요가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명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다는 이순득(64) 씨의 경우는 "잠들기 전에 명상호흡법 5회만 반복해도 온몸이 뜨끈해지는 게 화롯불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본인 경험을 털어놨다.
한편 남성 수강생 박성관(63) 씨는 녹내장에 뇌경색을 앓고, 심장에 스텐실 시술을 3곳이나 하고 우울증까지 찾아와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2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고는 마음도 많이 밝아지고, 1주일에 한 번 명상하러 오는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게 유일한 낙이 될 정도라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치유명상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수강생들 얼굴은 한결같이 밝아 보였다.
■'빛뜰협동조합' 명상 강좌 함께하려면
한편 빛뜰협동조합은 명상과 마인드 트레이닝으로 마음의 평화, 참된 행복을 찾는 법을 널리 전하는 명상지도사들의 모임이다. 물질주의, 경쟁주의에 지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일을 한다. 또한 사랑과 평화가 충만하여 모든 사람, 뭇 생명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구서1동 주민센터의 '행복한 나를 찾는 치유 명상' 수업은 지난 2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1만5000원. 참가 신청은 선두구동, 청룡노포동, 남산동, 구서1동, 구서2동으로 권역 제한이 있다. 문의 051-519-5402.
단, 지역 제한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빛뜰협동조합 명상 모임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30분~4시에 연제구 거제동 한살림부산 활동 공간 '결'에서 마련된다. 회비는 한 달에 1만 원. 문의 010-8405-5953.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