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100일, 현실 안 맞는 억지는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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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5일로 꼭 100일을 맞는다. 단군 이래 최대 변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란법은 짧은 기간에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시민들은 둘 이상만 모이면 밥 한 그릇을 먹을 때도 규정을 따져 보고 저녁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병원이나 관공서 등의 부정청탁이 눈에 띄게 준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법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만만찮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꽃 수요가 확 줄면서 상당수 화훼농가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중·고급 식당들도 예약손님이 줄어 문을 닫거나 '김영란 메뉴' 개발로 연명하고 있다. 한우와 고급 생선 수요도 격감해 농어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법 시행과 유례없는 불경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이삼중으로 겹치면서 체감 경기가 뚝 떨어진 점도 부정적 여파이다.

법 시행 과정에 예상한 대로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계속 헷갈리고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 강연 등의 신고 대상자들 반발이 큰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대학교수들은 외부 강연과 기고는 물론 각종 세미나·회의 등 학술활동조차 일일이 총장에게 사전 신고하고 결재를 받도록 한 것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사찰'에 가깝다며 성토하고 있다. 언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료 강연이나 일과 후 포럼 활동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친 사생활 침해이다.

김영란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자 흐름이 됐다. 반드시 착근시켜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등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를 틈타 해이해진 이 법에 대한 시민들의 준법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놓고 혼선과 특정 직군의 불만이 계속된다면 관련 규정을 신속히 개정하는 게 옳다. 직무 관련성과 외부 강연 등의 신고 조항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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