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사 열전] 문태경 ㈜남흥건설 대표
"해외 개척 최선봉, 사명감으로 일합니다"
한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자그마한 키가 거대한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언어를 '영혼의 집'이라 부르곤 한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남흥건설㈜(대표 문태경) 본사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액자가 있다. 오랜 세월에 빛이 바랬는데도 그렇다. '진광불휘(眞光不煇).' 진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남흥건설의 사훈(社訓)이다. 사훈은 그 기업이 지나온 발자취와 나아갈 미래를 보여준다. 1969년 설립돼 부산 최장수 건설사가 된 남흥건설을 이보다 잘 표현한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익 창출보다 가치 추구"
정직 시공으로 내실 다져
부산 최장수·최고 건설사로
남다른 기술력·도전 정신
아프리카 등 제3 세계서
한국기업 진출 토대 닦아
문태경 대표는 "남흥건설의 기업 이념은 정직, 정확, 성실이다"면서 "반세기 동안 각광받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건물을 지어왔다"고 밝혔다.
남흥건설의 시공 이력을 살펴보면 문 대표의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택 경기 활황을 틈타 국내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에 집중할 때 남흥건설은 해외 시장 개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것도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아프리카, 동유럽, 몽골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
실제, 남흥건설은 지난달 말 시에라리온 공화국의 수도 프리타운 시에서 시청사 신축 사업 협약식을 맺었다. 지하 1층, 지상 15층, 높이 83m에 달하는 최첨단 건축물이다. 전체 교민 수가 40명에 불과한 서아프리카 작은 나라의 건축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남흥건설이 처음이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몽골과 카자흐스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의 '몽골 골든빌 아파트'를 신축했다. 지난해 4월에 카메룬의 '카메룬 직업 훈련원'을 준공하고 2015년 12월에는 보스니아 바냐루카 시 병원 신축 사업을 마무리했다.
남흥건설의 잇단 해외 시장 개척의 바탕에는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60명 안팎의 직원 중 80%가 기술자다. 문 대표는 "첫 길을 내는 데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어 후발 주자들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며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닦는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 초기인 5년여 전 남흥건설은 현지 정보 부족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두려움이나 후회는 없단다. 문 대표는 "우리의 기업 목표는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남흥건설이 시공 예정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시청사 조감도. 부산일보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