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대위 대립… '반쪽 새누리' 또 반 토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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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인명진(맨 왼쪽) 비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맨 오른쪽)·정갑윤(오른쪽 두 번째)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친박 인사들과 면담하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새누리당의 인적쇄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급기야 비상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 간의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인위적 인적 청산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당 대표에 대해 무례한 일이다.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며 "인명진 말고 박 대통령을 봐서라도 뭔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염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 비대위장 '청산' 의지 확고
서 의원을 '악성종양 핵' 비유
친박 "청산으로 당 분열" 우려
탈당 시한 6일까지 초긴장

원희룡 제주지사, 탈당 예고


인 비대위원장은 서 의원이 탈당 시기를 스스로 조정하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임금님이냐.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어야 하느냐"면서 "과거엔 그게 통했는지 몰라도 당이 이 지경이 된 건 그런 태도로 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새누리당 상태를 '악성종양'에 비유하며 "(종양의) 핵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당을 살리기 위한 비대위원장의 뜻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대위원장 의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원외당협위원장 70여명도 인 비대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당사자들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친박계에 대한 압박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은 그동안의 과정과 경위를 동료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일 뿐이었다"며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결례를 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나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부디 국가와 국민, 그리고 새누리당을 위해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역공을 펼쳤다.

친박계 내부에는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 비대위원장이 '청산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6일까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도파의 한 의원은 "지금 분위기로는 어느 한 쪽이 양보할 것 같지 않다. 당이 다시 쪼개지는 것 아니냐"면서 "어떻게든 양 측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 새누리당이 다시 설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4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에 입당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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