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합의 결단으로 역전의 드라마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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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지나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밝은 해는 떠올랐지만 지난 한 해 겪었던 그 지독한 혼란과 리더십 부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불안과 걱정을 앞서게 한다. '붉은 닭'의 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양계 농가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기만 하다. 그저 좋은 말과 편한 얼굴로 신년 덕담을 나누고 있기엔 올 한 해 '대한민국호'가 마주한 현실은 엄혹하기 짝이 없다. 총체적 난국의 위기 상황이다.

힘과 지혜 모아 '국가위기 골든타임' 잡아야

작년 한 해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양극화의 굴레는 그대로인데, 그 위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야기한 국가적 위기의 압박감은 국민들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 국민을 우롱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는 마침내 '촛불 민심'으로 번졌고,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국정 공백의 수습보다는 조기 대선에 대비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으로 분주하기만 하다. 이른바 대권 주자들은 기울어져 가는 국가를 바로 세울 적임자를 자처하면서 차기를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수사들이 믿기지 않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 속에 국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면 누란의 위기에 처한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외교·안보적 상황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협치와 대타협의 모습을 우선 보여 줘야 한다. 그런 양보와 결단도 없이 유리한 대선 고지를 먼저 점령하겠다는 당리당략의 정치적 진영 논리와 날 선 이해타산의 교섭만 판을 친다. 이러니 '여야정 협의체' 결성이 하세월인 것 아닌가. 국가 위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새해에는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해야 한다. 개헌 논의도 국가 시스템 강화를 위한 권력 분점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등의 근본적인 관점에서 책임감 있게 접근해야 옳다. 개헌을 정략에 이용하려 든다면 국민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유년 새해는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을 통해 무너진 사회정의를 일으키고 돌아선 민심을 다시 붙들어야 할 해이다. 대선을 통해 무너진 국가 리더십을 복원하고 정치적 화합을 이끌어 내야 할 해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좌초 위기에 처한 경제를 건질 수 있고, 급변하는 국제 외교의 풍랑 속에서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위정자들이 작금의 비틀거리는 국정을 추스르고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들이다.

불확실성의 외교·안보 능동적으로 챙겨라

올해 국제 외교와 안보 지형은 '초(超)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전 세계가 요동칠 게 분명하다. 자국 보호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으로 국제 무역 체계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 경쟁 강화를 예고해 신(新)냉전체제 도래마저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초강대국들의 냉전기류가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불어닥칠 공산이 매우 크다. 지난해 1월과 9월 두 차례 핵 실험을 한 북한은 올해도 핵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뜩이나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국제 사회의 북한 핵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북한 핵에 대한 억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이미 한국과의 무역 거래 보복과 한류 금지령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태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은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처할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도 놓쳐선 안 된다. 서민 경제가 무너져 내리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하락세와 저성장 고착화 등 복합적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신성장동력 부재와 부동산 등 전반적인 경기 하락, 소비심리 위축과 같은 악재가 즐비하다. 조선·해운 등의 산업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사태 발생으로 사회 불안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올해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하면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큰 부담이다. 미국의 신보호주의에 의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중국 경제 둔화 등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들이 목전이다. 이런 사태가 올해 탄핵 및 대선 정국에 가려져 소홀히 취급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정책보다는 위기를 관리하는 일관된 대응체계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비상한 각오로 민생과 경제 관리에 매진을

국민 안전과 직결된 현안도 중차대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인근에 총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사실은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전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풍력 발전 등 장기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정책이 강화되고, 2020년 신기후체제가 열리는 등 에너지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추세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늦지 않게 신재생에너지, 클린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지진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으로 사방이 온통 암울하기만 한 것 같다. 그러나 올해는 또 한 번 희망과 기대의 싹을 틔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역전의 기회는 오지 않는 법이다. 자조와 비관으로는 현재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다. 타인에 대한 질타와 비판만으로도 역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를 일으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일출 직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했다. 탄핵정국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회복하여 온 국민이 함께 일어설 수 있는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해 나가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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