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성폭력' 부산서 집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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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시민 40여 명 참석

대책모임이 기금 마련을 위해 판매한 배지.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자행돼 온 성폭력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온라인의 해시태그(#)를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논의의 장이 오프라인에서 펼쳐진 것은 보기 드문 시도다.

28일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전문가와 시민 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의 첫 번째 집담회 '#우리는_연결될수록_강하다'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는 10월 중순부터 문단을 필두로 한 미술, 영화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례가 SNS의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부산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가들이 지역 내 묻혀있는 성폭력 사안을 공론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10월 말께 SNS에 온라인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고, 지난달 중순께 오프라인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동료들과 함께 집담회를 마련한 송진희 예술가는 "지역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이 모이고, 뜻에 동참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집담회가 보다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에선 송진희 예술가('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을 말하다'), 변정희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소장('여성의 말하기라는 운동'),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모두를 위한 성폭력 가이드')이 발제자로 나서 관련 이야기를 풀어냈다. 말하기를 주저하던 집담회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시선, 불합리한 현실 등을 조금씩 털어놓으면서 마음을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서로의 고백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격려의 말을 건네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등 집담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집담회에 참여한 오정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말 필요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런 이슈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공유하는 자리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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