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안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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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이 된 여성의 자화상

"어디서든 끝까지 살아남는 건 미덕이지. 바라는 바야."('놀래미')

안지숙 소설가가 등단 11년 만에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내놨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결국 상처 헤집기라는 것. 상처가 속으로 곪기 전에 헤집어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 통증을 견디고 치유하는 방법을 상상의 지평에서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듯 단편 7편에 실린 저자의 경험은 녹진하다.

실장직을 잃은 것도 모자라 대리 밑에 이름을 올리게 된 여경('놀래미'), 급여와 상여금을 몇 달 째 받지 못한 채 일에 허덕이는 영숙('각다귀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 '을'의 자화상인 이들을 통해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처한 불합리한 현실을 실감 나게 전한다. 근골무력증을 앓은 마흔둘 '나'의 시선으로 본 '스토커의 문법'과 온몸이 점점 청게로 변해가는 주인공을 내세운 '청게'는 저자의 독특한 발상으로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쉬이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안지숙 지음/산지니/246쪽/1만 3000원.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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