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년 흐리고 곳곳에 짙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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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산업팀장

2017년 경제 기상도가 아주 흐리다. 전체적으로 흐린 것도 흐린 것이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짙은 먹구름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다.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들은 2017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잡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5년 2.6% 성장으로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2%대로 내려앉은 뒤 올해도 2% 초반이 거의 확실하다. 3년 연속 '저성장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 경제 저성장 터널에 들어가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위험 즐비
정치 공백으로 정부·지자체 관망만
낭비 요인 줄이고 나부터 대비해야


여기에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발 금리인상, 중국경제 둔화 등 암초가 널려 있다. 대내적으로도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리더십 실종, 탄핵·대선 정국, 산업 구조조정 등 하나하나가 대형 폭탄급이다. 여기에 1300조 원이라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으로 숨겨져 있다.

부산의 상황은 더 어렵다. 절반이 넘는 부산기업이 2017년 부산의 경제 상황이 국내 전반 상황보다 더 나쁠 것으로 우려했다. 부산상의의 '2017년 부산 경제 기업 의견 조사'에서 52%가 '더 나쁠 것'이라고 답했다. 64.3%는 경기 상황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로 봤다. 20%는 '오히려 더 나쁜 수준'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부·울·경 제조업 모두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는 내년에 부산이 0.3%, 울산과 경남은 각각 0.4%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울·경 지역 제조업의 역성장은 조선·해양 산업의 불황과 한진해운의 어이없는 '자해형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다. 부·울·경의 상당수 제조업체가 조선·해양 분야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항만 물류 관련 생산업체여서 이들 산업의 불황은 직격탄이다.

이런 위기에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비는 거의 없다. 한진해운의 방치로 TEU(20피트 단위)당 900달러 했던 물류비가 250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높은 물류비가 대한민국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부산항 신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2부두의 운영권이 아랍에미리트의 한 업체로 넘어갔다. 신항 5개 부두 중 4개를 외국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아직 한진이 제3부두의 운영권을 갖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장에 나와 있다. 물류와 모든 기반시설이 해외로 넘어갈 위기다.

부산시 경제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시의 인재육성과 기술혁신 전략인 'TNT(Talent & Technology) 2030'이 기존 부산시 전략에 비해 내용적으로 형편없다는 것. 또 부산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올해 부산시가 의료산업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그런데 내년 이 사업을 실행할 주체를 정하지도 않고 예산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획 따로, 주체 따로, 예산 따로가 부산시 정책의 현주소라는 것.

최근에 만난 모 기업의 대표는 "경제가 조금 나빠져도 걱정 안 한다. IMF 파고도 자발적 '금모으기'로 넘은 뛰어난 국민성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했다. 이 말은 분명 수긍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 최전선에 있는 기업 대표의 말 치고는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현실감이 없는 정부와 시의 경제 정책과 닮았다.

작비금시(昨非今是).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말이다. 어제가 잘못이고 오늘은 옳다는 뜻. 지난날의 나와 과감히 결별하고 자신의 삶을 새로 포맷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어"만 되뇌다가 금쪽같은 '지금'을 탕진한다. 한 번에 만회하려면 더 큰 수렁에 빠진다. 가정 경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샅샅이 훑어서 낭비 요인을 없애고, 긴 저성장의 터널을 헤쳐 나갈 체력을 다지는 것이 지금 각 가정에서 우리가 할 일이다. 아직도 많이 늦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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