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희곡 당선소감] "앞으로도 벽과 그늘을 향해 나의 촉수 움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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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준

문학을 하는 문청이라면 누구나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다. 그 병은 지독해서 당선 외엔 백약이 무효다. 이 바이러스라는 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학 전 분야에 침투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전 방위 게릴라적 독성을 지니고 있다. 증상은 10가지 이상은 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사후 증상이 심각한 편이었다. 응모 후 아무 소식이 없을 때, 큰 헛헛함으로 연말을 보내고 연시를 맞이했다. 그 상실감은 사랑했던 연인의 이별에 견줄만한 것이었다. 이 같은 헛헛함으로 나날이 한숨을 쉬던 중 당선 통보를 받았다.

사실 희곡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습작을 했던 장르였고 가장 많이 실패를 맛보았던 장르이기도 하다. 희곡 당선자의 면면을 보면 특정 학교 출신이라든가 유명한 선생님의 지도로 현장을 경험하거나 희곡을 배운 젊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포진되어 있어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값비싼 수업 대가를 치렀으니 꿀릴 건 없었다. 이번에는 나태함과 안이함을 버렸다. 무더웠던 여름에 글을 썼고, 버스 안에서 그리고 길을 걸어가면서 원고를 들여다보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종이를 손에 쥐고 있는 동안 행복했다.

심사위원 선생님과 부산일보에 감사드린다. 거대하고 도도한 시대의 물줄기는 어느 외력으로도 바뀔 수 없다. 앞으로 어떠한 내일이 도래하더라도 나의 촉수는 벽과 그늘을 향해 살아서 움직일 것이다.



약력: 1966년 서울 출생. 2014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여수해양문학상 소설 대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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