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마지막까지 긴장 놓치지 않는 치열함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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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종, 조갑상, 박향, 황은덕.

작금의 역동적인 정치사회현실과 광장의 열기를 생각한다면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소재는 다소 진부해 보인다. 지망생들의 관심사 문제를 떠나 사건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보다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는 소설 문법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불륜이 불러일으킨 파장을 그린 '살바람'은 이야기의 호흡이 자주 끊이는 데다 굳이 2인칭으로 말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남자 이야기를 판타지 수법으로 다룬 '안드로메다 우주여행'은 발상을 안정적으로 소설의 틀에 앉히는 서술능력이 부족했다. '부러진 날개'는 남편과의 갈등구조 속에 들어온 한 선생이라는 인물의 모자 관계가 편안하지 못하며, 시골 마을을 무대로 이웃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을 그리고 있는 '새끼'는 지나치게 평범하다.

심사위원들은 '문어'를 당선작으로 하는 데 쉬 동의했다. 2대째 어패류 장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살아있는 데다 이틀로 압축한 시간의 집중력, 다양한 비유들의 적절성 등이 이야기를 치열하고도 리얼하게 몰고 간다. 단골들의 제삿날이 적힌 어머니의 수첩이 주는 실감과,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 서 있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점도 높이 샀다. 다소 지나친 과잉묘사와 조사가 생략된 문장이 주는 불편함은 앞으로의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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