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 "지금까지 써 왔듯이 '살아가는 것' 써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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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아 참, 당선 소감 쓰라고 했지. 근데, 뭐라고 쓰지? 머리는 하얗게 비워졌고 떠오르는 것이라곤 오래된 몇 조각 기억들뿐입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 몇 군데 신문사에 투고하고 지레 가슴이 부풀어 올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신감은 넘쳤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습니다. 당선 소감을 미리 생각해놓기도 했습니다. 내가 지향하는 문학은 이러이러하고, 나는 이러한 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발칙한 소감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쓸 기회는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근래에는, 그렇게 꿈을 꾸다가 결국엔 그 꿈을 꾸었노라 위안하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덜컥 당선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 '레드'가 덜컥 가석방되었듯이 말입니다.

은근히 겁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다독여 봅니다. 그래, 지금까지 써왔듯이 앞으로도 살아가는 거 써나가면 될 거야. 늘 그랬듯이….

고마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먼저, 자갈치 새벽바람 맞아가며 저를 길러주신 어머니께 큰절을 올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리며, 항상 용기를 돋워준 부산 SDU 문우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날은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연애 시절, 아내는 누가 나에 대해 물으면 뜬금없이 소설가라고 소개하곤 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지지해준 아내와 함께 당선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약력: 1967년 경남 김해 출생. 경성대 물리학과 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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