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언어를 다루는 적공의 솜씨 탁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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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송

응모작들을 장시간 주의 깊게 읽었다. 그 결과 '풍경을 배접하다', '겨울 수묵화', '스파이더맨', '겨울, 횡계리에는' 등 4편의 작품들을 최종적으로 뽑아놓고 경합을 하게 되었다.

'풍경을 배접하다'는 처마에 걸린 둥지 속의 새를 감정이입 함으로써 무허가 주택민이 철거에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식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 '겨울 수묵화'도 어두운 풍경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노숙자의 절망적 삶에 대한 비탄을 짙게 그리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작품과 더불어 소외계층의 상관물을 새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욱 진경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 '스파이더맨'과 '겨울, 횡계리에는'이다. '스파이더맨'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해 목숨을 담보로 고층건물의 유리창을 닦는 인부를 통해 도심의 그늘진 삶의 측면을 풍부한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구사로써 묘파했다.

이에 비해 '겨울, 횡계리에는'은 횡계리 황태 덕장에서 드난살이로 떠돌면서 살아온 한 일용직 노인의 고달픈 현실적 삶의 역정을 회화적 이미지로 조형한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언어를 부리는 적공의 솜씨가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장고 끝에 놓치기 아까웠던'스파이더맨'을 두고 '겨울, 횡계리에는'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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