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트리가 만들어낸 축제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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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어릴 적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텔레비전 영화 속 외국인 가족이 트리 아래 오순도순 모여 선물도 주고받는 그림 속의 풍경이었다. 꿈속에 그리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광복로에서 재현되고 있어 뿌듯하다.

중구 발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게 되면서 가장 크게 걱정한 것은 시청의 이전 등으로 공동화된 광복로와 남포동, 국제·자갈치·부평시장 등의 상권 활성화와 도심재생 문제였다.

광복로의 상권이 쇠퇴하여 공실률은 늘어가고, 중구를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광복로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축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겨울에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아이디어를 고심하던 중 일본 고베에서 본 루미나리에가 떠올랐다. 추위를 따뜻한 빛으로 화려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빛의 힘에 주목했다.

2008년 '루미나리에 축제'를 광복로에서 개최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제1회 부산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를 시작했다. 대성공이었다. 다른 축제와는 차별되는 부산 최초 겨울 '빛축제'가 되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트리문화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축제 구간이 늘어났고, 축제 참여 인원도 대폭 늘었다. 부산의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매김한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의 성공 요인은 주민, 상인, 구청이 합심해 쇠퇴해 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2011년 500여만 명, 2012년 550여만 명, 2013년 630여만 명, 2014년 700여만 명, 2015년 800여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2011년 아시아태평양도시관광진흥기구(TPO)총회 축제분야 최우수축제, 2014 세계축제협회 피너클어워드 TV프로모션 부문 금상, 2014 아시아 도시경관상 본상을 받아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축제 방문자들의 대부분은 15~29세의 여성이 중심이 돼 주로 친구 또는 연인과 동반하여 축제에 참여하는 등 젊은 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경기·인천과 울산·경남 지역의 방문객들도 많이 늘어 경쟁력을 갖추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분석대상 방문객 수 165만여 명이 지출한 쇼핑, 식음료, 숙박, 교통 등의 비용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 효과는 1430억여 원이며, 취업유발 효과는 2905명으로 분석됐다.

트리축제를 모방하는 축제가 부산에 생겼다. 차별화되지 않은 타 구의 빛축제로 인해 광복로만이 지닌 트리축제의 빛이 바래지는 않겠지만 시민들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걱정이다. 창조적인 시대에 부산 중구 광복로만의 빛축제가 다른 빛축제로 인해 그 의미가 축소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 1월 8일까지 계속되는 트리문화축제는 크리스마스를 정점으로 연말과 연초까지 따뜻한 사랑의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트리가 만들어내는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축제의 광장이다. 소망 트리에는 '새해에도 행복하게 살아요' 등 사랑과 건강, 행복을 비는 소원들이 내걸렸다. 혼란한 정국 속에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한 가닥 위로가 되는 광복로 트리문화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광복로를 찾은 시민들은 모두 트리를 보고 '멋지다'며 환한 웃음꽃을 피운다.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광복로 희망의 트리, 사랑의 트리는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불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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