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희곡 심사평] "보통시민이 그린 우리 사회의 극적 구성력 절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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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은 새롭고 다양한 응모작들로 풍성했다. 100여 편이 넘는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나름대로 동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4·19 민주화와 5·16 성장의 논리라는 두 축이 해체되고 새로운 사회 질서로의 변화를 꿈꾸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문학 또한 변화하는 시대를 해석하고 표현해 내어야 하는 시점에서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은 풍년이다.

마트에 갇혀 살아가는 남녀의 변화를 기록해 나간 '마트 표류기'는 자기도 모르는 새 사육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무대 표현상의 특성상 연극보다 영화가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달팽이의 더듬이'는 지금 이곳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통시민 나대로의 일상과 비일상을 교차시키면서 절묘한 극적 구성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새로운 이유는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일상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우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 우리는 광장의 혁명이 축제로 변화고 폭력적인 힘이 유머와 해학으로 넘쳐흐르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영웅도 지사도 아닌, 보통사람 나대로 씨의 시각과 상상이 빚어내는 동시대적 글쓰기에 박수를 보낸다. 시나리오는 여전히 다큐멘터리적 소재에 머물러 있거나 사적인 난해함으로 포장된 앵글 속에 갇혀 있다. '국제고무' 같은 응모작은 누군가 전문 작가와 협력해 제대로 된 각본이 만들어지고 영화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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