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정치·사회성에 대한 영화적 시선이 창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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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모두 18편의 응모작이 들어왔고 그중 14편이 영화평론이었다. 대체로 수준급이었지만 시국 탓인지 사회적 상황과 영화 서사를 연관 짓는 글이 많았다. 이런 접근은 사회학적 환원론에 빠질 위험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 글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3편을 두고 오래 고민했다. 세 편 모두 그 필자의 또 다른 글을 읽고 싶은 좋은 평론이었다.

'헬조선에서 한국영화가 살아남는 방법: 나홍진의 '곡성', 연상호의 '부산행'을 중심으로'는 사회적 시야를 견지하면서도 영화적 디테일에 대한 감각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하지만 '곡성'의 '사술'에 관한 분석은 완전히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웠고, '부산행' 분석에서 '북한'을 끌어들인 건 참신했으나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기억의 허술함과 부재를 견디는 방식-홍상수 영화의 어긋난 시간과 사랑의 층위'는 성실한 독해의 태도가 좋았고 문장력은 응모작 중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홍상수 영화의 부정성과 균열이 어떻게 또 다른 층위의 조화에 이르는가의 지평에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당선작으로 ''캐롤', 시선의 전복이 가져다주는 정취'를 뽑았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자신의 분석 대상이 소설이 아닌 영화라는 점을 가장 깊이 의식하고 있다. 둘째, 영화적 시선의 정치성과 사회성에 대한 포착이 창의적이며 예리하다. 훌륭한 영화평론이다.

시 평론 4편 중 '타자의 윤리를 실현하는 '빈 몸'의 시학-김행숙론'은 설득력 있고 문장도 좋았으나 역시 완전히 새로운 분석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시 부분 심사위원들의 견해를 참조한 뒤, 영화평론 당선작 쪽이 좀 더 뛰어나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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