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평론 당선소감] "책임감 갖고 영화와 마주하라는 독려와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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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

아직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는 나에게 영화 평론은 그저 영화에서 느낀 감흥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것은 영화와 나와의 간극을 감흥으로 채우는 일이며,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과정과도 같다.

1년의 휴학 중에 절반은 나의 감흥에 솔직해지는 것에 몰두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눈과 지식을 쌓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은, 나에게 다가온 이 감흥이 내가 진정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다른 이의 감흥을 나 또한 느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를 솔직하게 구분해 내는 일이었다. 그 과정은 나 자신을 옥죄고 괴롭게 하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나에게, 타인에게, 영화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주었다.

다소 이기적인 작품이었음에도 당선이라는 영광을 주셨기에, 이번 당선은 나의 작품에 대한 수상이라기보다 조금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와 마주하라는 독려와 채찍질로 다가온다.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할 분들이 많지만 몇 분을 특히 언급하고 싶다. 영화평론이란 세계에 발을 들이도록 해준 안숭범 평론가에게, 집요하게 글을 쓴다는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정한석 평론가에게, 영화에서 느낀 감흥만을 가지고 영화 안에서 헤매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남다은 평론가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 묵묵히 바라봐 주셨던 부모님께, "오빠, 이제 인생 핀 거야?"라고 되지도 않은 축하를 해준 어리고 사랑스러운 내 동생에게, 힘든 시기마다 항상 옆자리를 지켜주었던 여자친구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약력: 1992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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