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의 세상 속으로] 낙동강 하굿둑, 내년에는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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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원 논설위원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 병신년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결코 뭉뚱그릴 수 없는 특별한 한 해가 되었다. 2017년 정유년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개헌 논의, 대선 등으로 이어지는 시간표가 올해 못지않은 파란을 예고한다. 이런 가는 해와 오는 해의 틈바구니에서 연말연시를 맞는 소회야 저마다 각별할 수밖에 없지만, 지역에 터 잡고 살아가는 처지에서는 국가 이슈에 묻혀 지역의 삶이 더 소외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국정 농단이 지역 농단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 것은 부산의 민과 관이 함께 추진하는 한 원탁회의의 올해 마지막 회의에 참석하고 나오는 길에서였다. 지난 19일 열린 '낙동강 하굿둑 개방 원탁회의'는 한 해를 씁쓸하게 마무리하는 자리여서인지 맥빠진 분위기가 역력했다. 뚜렷한 의제도 설정되지 않았고,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맞는 결의도 찾기 어려웠다. 2015년 12월 출범 무렵 열기로 가득했던 '낙동강하구 생태복원을 위한 라운드테이블'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미래 전망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에 부딪힌 느낌을 다들 공유한 탓이었을 터이다.

국가 이슈에 매몰된 지역 현안
연말 분위기 타고 망각 속으로?

2017년 1월 1일 부분 개방 추진
하굿둑 로드맵 떠내려갈 판

하구 기수역 3차 용역 착수
내년을 '낙동강 시대' 원년으로


계획대로라면 2017년 1월 1일부터 낙동강 하굿둑은 부분 개방에 들어가야 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5년 9월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5년 낙동강 하굿둑 완전 개방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로드맵에 따라 원탁회의와 하천살리기추진단 같은 조직이 꾸려졌고, 공업용수 취수원 이전이나 염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이 펼쳐졌다. 하지만 점진적인 개방을 약속한 2017년 1월 1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는 게 지금의 엄연한 현실이다.

사실 낙동강 하굿둑은 부산으로서는 마땅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단단한 벽이자 한계였다. 낙동강보존회를 비롯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987년 11월 준공을 본 낙동강 하굿둑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반생태적인 국가정책의 상징이 되어 왔다. 특히 낙동강 수계의 관리를 맡은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동의 없이는 하굿둑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서 시장이 '낙동강 하굿둑 개방 및 생태계 복원'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하굿둑 개방을 압박하는 강력한 로드맵을 발표했을 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3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계속하여 단절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제는 해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는 서 시장이 친박 실세로서 이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시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서 시장이 그동안 국토부 장관과 담판을 벌이거나 경남도, 김해시, 양산시, 울산시 등 낙동강 유역권 지자체와 연대하는 모습을 앞장서서 보여 주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적어도 부산에서만큼은 이견을 찾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꾸준하게 단골 공약으로 채택할 정도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데, 야당에서는 오래전부터 하굿둑 개방을 총선 공약으로 내거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하굿둑 개방은 부산 정치권의 이해가 갈리지 않는 환경문제인 까닭에 언제라도 정치 이슈화가 가능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역 정치권으로서는 국가 이슈에 떠밀려 지역 문제가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17년에도 하굿둑 개방을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포럼이 열리고, 민관 거버넌스 운영 강화를 위한 원탁회의도 계속된다. 하굿둑 개방을 염원하는 시민 걷기 행사에 발맞춰 부산시 하천살리기추진단의 실무 작업도 착착 진행될 것이다. 서 시장은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이라도 국토부 장관과 만나 하굿둑 개방을 담판 짓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2025년 하굿둑 완전 개방으로 가는 로드맵의 첫발은 하굿둑 부분개방을 통한 낙동강 하구 기수역 복원 3차 용역 착수다. 2017년은 낙동강 하굿둑 개방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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