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진화한 촛불집회...부산시민 5만명 촛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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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면 중앙대로 일대에서 '박근혜 퇴진 7차 부산 시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항의 사퇴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촛불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부산시민 5만여 명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촛불을 들어 올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17일 오후 6시부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 중앙대로에서 '박근혜 퇴진 7차 부산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경찰 추산 일시점 최대 50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황교안은 박근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사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처리, 박 대통령 정책 폐기, 새누리당 해체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참석 인원은 다소 줄었지만, 기존 집회보다 한층 다채로운 이색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가 문화 행사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후 6시 시국대회 2~3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다채로운 사전행사에 참여하며 서면 일대에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 시민단체는 새누리당 해체, 세월호 7시간 진실 규명 등의 피켓을 들고 '마네킹 챌린지(움직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시간이 멈춘듯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굳은 포즈를 취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면 중앙대로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하야만사성 캘리그라피'가 진행됐고, 박 대통령 다음으로 쫓아내야할 인물을 뽑는 길거리 시민투표도 열렸다. 주피터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괴물 인형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도 관심을 모았다. 길거리 공연과 시민 자유발언은 서면 골목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자유롭게 열렸다.

시국대회에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부산하야자랑 장기대회에서 선발된 공연팀 '닭장차'는 인기가요를 개사해 '닭장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그대에게 전해주오. 체포하러 간다고' 등 재미있는 가사의 무대를 선보였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고3 청소년은 시국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랩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1시간가량 서면 일대 2.7km 구간을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6시 송상현 광장에서 시국대회를 가졌던 부산 30여 개 고교 300여 명의 학생들도 서면 행진에 합류했다. 경찰은 집회장소 주변에 4개 중대 500여 명을 배치해 교통통제를 실시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 박현성(29·부산 사상구) 씨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촛불이 약해질 것이라 보는 이들이 있으면 큰 오산"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권력의 부역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시민들은 주말마다 촛불을 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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